전세계 중도좌파 정권들이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복지정책' 중심에서 친기업적 '시장자유주의'로 방향을 바꾸고있다.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은 이미 노동자 위주의 정책을 포기,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바꿔놓았다. 브라질 노동자당 출신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시장친화적 지도자로 돌아섰다. 독일 사회민주당(SPD)정부가 1일 '탈노동자·친기업' 정책을 담은 '아젠다 2010'을 전격 채택한 것도 중도좌파 정권에 도미노현상 처럼 나타나는 이같은 기류를 수용한 결과다. ◆분배중시에서 성장우선으로 대전환 = 지난 98년 9월 기민당의 헬무트 콜 정부를 누르고 16년만에 독일에 좌파정권을 세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취임초만 해도 노동자복지와 부의 분배 등 사회민주당 특유의 정책을 추진했다. 슈뢰더 총리는 급진적 녹색당과 연립정권을 수립한후 △주당 35-38시간인 노동시간을 30시간으로 단축하고 △혁신과 현대화를 통한 일자리창출 정책을 실시했다. 이와함께 전임 콜 정권이 실시한 병가시 임금삭감 및 연금지급률인하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 했다. 이같은 초기의 정책은 '친노동자·반기업'성향으로 전형적인 중도좌파의 사회당 노선이었다. 그러나 작년 9월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슈뢰더 정부의 정책도 바뀌기 시작했다. 과도한 복지정책의 후유증으로 재정적자는 심화되고,산별노조의 파워가 오히려 실업자를 양상하는 악순환이 발생하자 사민당은 '경제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을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독일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2000년 2.9%를 정점으로 급속히 위축돼 2001년에는 0.6%,지난해는 0.2%로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도 줄어들었고,국내기업들의 엑소더스(대달출)현상도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은 "집권 사민당이 압도적인 표차로 슈뢰더총리의 경제개혁안을 승인한 것은 독일경제 정책의 기조가 분배중시에서 성장우선으로 대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조권한 축소·기업부담 경감 = 사민당정부가 이날 승인한 개혁안은 노동과 사회복지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내용은 △기업의 실업보험금축소(50세이상 종업원고용시 실업보험료 면제) △해고자 보호규정 완화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한 노조권한 약화(파트타임 결정권이 근로자에서 고용주로 이관) △실업수당축소(현행 32개월에서 12-18개월로 단축)등이다. 기업부담은 줄이고 노조권한은 약화시킨 것이다. 좌파 성향의 사민당이 수립한 이같은 우파식 경제개혁 조치는 독일경제가 위기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유럽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독일경제는 옛 영화를 잃고,일본과 같은 장기 디플레 불황 위험에 처해 있다. 실업자는 4백42만명으로 지난 4년여 동안 수십만명이 늘었고,경제성장률은 작년 4.4분기(마이너스 0.03%)와 올 1.4분기(마이너스 0.2%) 2.4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침체를 겪고 있다. 국경없는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시장위주의 정책전환이 불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정훈·유영석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