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게이머들이 신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힘이 나요." 온라인게임 포트리스로 유명한 CCR의 박소현씨(23)는 게임서버프로그램 개발자다. 회사 내 15명의 순수 개발자 중 홍일점일 정도로 국내에는 여성 게임서버프로그래머가 흔치 않다. 그래서 박씨는 가끔 심심하다고 한다. 한창 혈기왕성하고 호기심이 많은 나이에 교감을 나눌 주위 동료라곤 남자들뿐이기 때문이란다. 박씨가 서버프로그래머를 선택한 것은 먼 안목에서 결정한 일이다. "게임서버프로그램은 단지 게임에 한정되지 않고 적용할 분야가 많다"는 게 그 이유다. 게임서버프로그래머는 수만,수백만명이 동시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더라도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고 무리없이 작동되도록 하는 운영프로그램을 짜는 엔지니어다. 박씨가 CCR에 입사한 것은 지난 2001년 11월.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취업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졸업장을 받기 전에 직장을 구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미모 덕분에 사내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박씨는 작년 말 서비스에 들어간 '포트리스3 패왕전'의 서버프로그램 작업에도 참여했다. 현재 이 게임은 동시 접속자 수가 2만5천명으로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포트리스 게임의 운영프로그램도 박씨가 속한 '플러스팀'의 몫이다. 회원이 9천만명에 달해 서버프로그램을 매번 업데이트하는 데만도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도 박씨는 요즘 취미생활에 흠뻑 빠져지낸다. 사진찍기가 바로 그것.올 초 구입한 신형 디지털카메라로 동호회원들과 출사도 함께 나갈 정도다. 그는 "전국의 명소로 출사를 나가 건져올린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이 그동안 쌓인 피로를 말끔이 씻어준다"며 씩 웃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