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의 정보기술(IT) 혁명은 삶의 질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디지털 홈'이 보여주는 미래상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퇴근 후 아파트 문앞에 서면 얼굴인식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보안장치를 해제한다.


아파트문이 열리고 조명이 켜지면서 냉난방 시설도 함께 작동한다.


화장실에 들어서면 체형에 따라 높낮이가 조절되는 세면대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샤워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독신자라면 "저녁 먹자"는 말 한마디로 대형 디지털TV에 띄워진 인터넷 화면으로 식사주문을 할 수 있다.


식사 후 "영화 보자"는 말만 하면 블라인드가 내려가고 극장형 조명이 켜지면서 DVD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잠에 들 때도 "불꺼"란 말로 모든게 해결된다.


아침 출근시간에 허겁지겁 뛰쳐나가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집안 곳곳의 실시간 상황을 휴대폰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데다 가스나 조명기구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홈이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컴퓨터와 가전제품, 홈서버 등이 유ㆍ무선통신 기술과 결합하면 언제 어디서나, 가정에 설치된 다양한 가전기기와 냉난방설비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디지털홈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디지털 홈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는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나 마포 현대아파트 등 일부에서만 제한적인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은 무한하다.


디지털 홈 장비 시장은 지난해 5백9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오는 2007년에는 1천1백83억달러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홈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가전시장 규모만 2005년에 5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50조원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성장잠재력이 이만큼 큰 분야여서 세계적인 업체들간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IBM 도시바 필립스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차세대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홈의 핵심인 홈 서버와 게이트웨이의 표준을 둘러싸고 글로벌 기업들간 각축전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를 단순한 게임기로만 봐서는 안된다.


이 게임기에는 초고속인터넷 셋톱박스, DVD 플레이어 등이 갖춰져 있다.


게임기가 널리 확산되고 디지털 홈이 본격화되면 이 게임기를 중심으로 디지털 홈 시장에서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업체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지털 가전 제품을 앞세워 홈네트워크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T,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데이콤 등 통신사업자들도 가전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디지털 홈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KT는 PC와 노트북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정보가전기기를 유ㆍ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문형비디오(VOD), 홈오토메이션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무선 인터넷 '네이트'로 집 밖에서 전자제품을 제어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서비스 연관 업체간 협력 체제가 부족하고 기존 주택에 적합한 모델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또 홈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차세대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이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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