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집약형 벤처기업 창업의 요람인 창업보육센터(비즈니스 인큐베이터)의 빈방이 늘어나고 있다. 창보센터는 바이오 화학 기계 정보통신 등 분야별로 특화된 초기 창업자를 입주시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육하는 곳이다. 대신 생산장비 등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고 평당 관리비도 2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이같은 이점 때문에 2~3년전까지만 해도 국책연구기관 출신의 연구원,이공계 석.박사 출신 창업자 등 고급기술인력들이 서로 입주하려고 대기하던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정반대다. 경기침체와 벤처열기냉각 등으로 기술인력의 창업이 줄면서 입주하겠다는 창업자들이 감소하고 있다. 창보센터들은 다양한 유치작전을 펴고 있지만 별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빈방이 많다=전체 55개실을 운영하는 경북대 창보센터는 빈방이 10여개에 이른다. 60개실을 운영하는 부산 디지털정보기능대학 창보센터는 공실이 18개에 이르고 같은 지역의 동명정보대학 창보센터도 23개 중 10개가 비어 있다. 이밖에 순천향대학교 인터넷창보센터는 13실이,동부한농화학 창보센터는 16실이 공실로 남아 있다. 서울벤처인큐베이터 한인배 운영팀장은 "최근 들어 입주기업들이 벤처불황으로 인원을 줄이거나 사무실을 축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기준으로 창업보육실 공실률은 14.2%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2백64개 창보센터(건립 중인 것을 포함하면 2백93개) 내 4천2백8개 보육실 가운데 5백96개실이 비어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공실률은 꾸준히 높아져 평균 약 20%에 이르고 있으며 30%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창보센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입주자 못찾는 창보센터=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창보센터는 작년 말 졸업업체가 나오면서 빈방이 4개 생겼다. 하지만 빈방 채우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벤처가 된서리를 맞은 이후 대덕단지에서의 연구원창업이 뚝 끊겨 기술력있는 입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창보센터를 찾는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창보센터마다 고민에 빠져있다. 한 창보센터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마땅한 창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모집공고를 내고 있지만 '성장성 있는 괜찮은 창업기업'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입주기업들도 경영난=창보센터 입주기업 중 상당수는 생산제품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투자도 유치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 경민대 인터넷창보센터에서는 최근 입주업체 3곳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자발적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서울벤처인큐베이터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도 비용절약을 위해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였다. 또 청주 문화사업지원센터에 입주했던 한 업체는 판매부진 등 경영상의 이유로 자진퇴거했다. 경북대 창보센터에서도 입주한 지 6개월여만에 나간 업체가 몇 개있다. 대학 창보센터 운영 관계자는 "최근 들어 투자하겠다고 찾아오는 엔젤이나 창업투자회사들도 없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연구원 또는 교수가 창보센터장을 겸임하는 운영시스템에서의 창업기업육성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무지원을 하는 매니저들의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별도법인을 설립해 전문성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엔지니어 출신으로 마케팅이나 네트워크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창보센터 졸업 후 입주할 수 있는 포스트인큐베이팅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입주기업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기청은 창보센터를 졸업한 2천2백22개 업체 가운데 5백63개 업체가 휴·폐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창보센터를 졸업한 기업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민대 창보센터 김만천 지원총괄팀장은 "교수 대학교직원 등이 지원센터의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어 창업기업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창업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대기업 등에서 명예퇴직한 기업인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중기청은 이달 말까지 창보센터에 대한 자세한 실태조사를 한 뒤 이를 토대로 창보센터 활성화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