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대기업들이 영화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이었습니다. 외환위기 때 모두 철수한 것을 보면 영화사업을 일종의 액세서리로 여겼던 거지요. 하지만 저희는 현재 운영중인 케이블방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영화) 사업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웍 김영훈 회장(51)은 영화사업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대성그룹에서 소그룹으로 분리된 글로벌에너지네트웍은 대구도시가스 서울에너지환경 경북도시가스 등 에너지 업종을 기반으로 한국케이블TV경기방송 알파정보통신 등 미디어와 정보통신 분야의 업종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에그필름의 영화 '올드보이'와 기획시대의 '아빠하고 나하고'에 3억원씩 투자했다. 또 두 영화사와 함께 1백억∼2백억원 규모의 영상펀드를 오는 8월말까지 조성할 방침이다. "1호 펀드 조성이 완료되면 2호와 3호 펀드도 결성할 방침입니다. 능력과 비전을 갖춘 영화사들과 협력해 영화사업을 전개할 계획이지요. 케이블방송 자회사가 별도로 영화 제작에 진출하려는 복안도 있습니다." 김 회장은 평소 영화를 즐기면서 관련 서적을 탐독해 왔으며 이번에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영화 진출을 선택했다. "영화는 미래사업이며 성장사업입니다. 자회사인 경기케이블방송이 1백여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콘텐츠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지요. 국내 영화산업에 거품이 빠진 요즘이야말로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산업자본을 투입해 우리 영화의 세계화를 이루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김 회장은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지난 88년 대성산업 상무이사로 경영일선에 뛰어들어 대성그룹 후계자의 길을 밟아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