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로서 신명을 갖고 연구와 실험에 몰두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2003년 호암상 과학상을 3일 수상한 박홍근 미국 하버드대 교수(37)는 과학자로서의 사명을 이같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나노구조 트랜지스터 연구를 통해 단분자(單分子) 트랜지스터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분자전자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표지모델로 실리기도 했다. 그는 금으로 된 전극을 나노미터 크기 이하 간격으로 놓은 뒤 그 사이에 바나듐 원자 2개로 구성된 분자를 배치,단분자 트랜지스터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트랜지스터는 전자회로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입니다.현재의 펜티엄급 컴퓨터에는 10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습니다.이 트랜지스터를 분자 몇 개로 만드는 게 과학자의 오랜 꿈이죠." 박 교수는 이미 서울대 재학 때부터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대학 4학년 때 세계적인 물리학 잡지 '저널 오브 피지컬 케미스트리'에 논문을 기고해 화제에 올랐다. 자신이 직접 실험기구를 만들고 데이터를 처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서울대를 수석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버클리대 박사 후 과정을 마친 뒤 하버드대 물리화학과 교수로 자리잡았다. "과학자이던 막내 삼촌이 어릴 때 학생과학이란 잡지를 매달 사주셨습니다.그 잡지를 통해 과학자의 꿈을 키웠죠." 그는 요즘 광기술로 전자 분자를 다루는 전자분자광학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테마와 다른 분야다. "미국의 장점은 선택과 집중 전략입니다.하버드대의 경우 화학과 교수가 20명밖에 없지만 모두 내로라하는 학자들이죠.과학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를 파악,선도 분야에 집중합니다." 그는 "이제 한국의 과학도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며 "연구개발 분야에서 세계 과학자와 경쟁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