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세일즈를 나간 CSFB 관계자는 3일 서울 사무소에 급전을 보냈다. "주식 팔지 말라.한국주식을 사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시장에서 당장 느껴진다. 외국인들은 5일째 하루 평균 1천억원 이상을 순매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지수관련 대형주를 집중 매수해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떠올릴 정도다. 이들의 '사자'주문을 받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고무된 상태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대형 뮤추얼펀드가 매수세력으로 부상하는 등 외국인이 지난 16개월 동안의 매도기조를 접고 매수세로 돌아서는 초기단계에 진입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 지난 1년여 동안 간헐적으로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간 적이 있었다. 그 기간 중 외국인은 중소형 내수주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반면 최근 매수세는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전기전자와 금융주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시장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사기 어려운 대형주를 사는 것으로 봐선 경기 하강이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본다. 외국인은 이번 증시상승세를 악재 소멸과 그에 따른 투자심리 회복에 의한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장세로 파악하고 있다. 통상 펀더멘털과 관련된 외국인의 움직임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이번 매수세는 예상보다 오래갈 수도 있다. 지난 16개월 간 지속된 '팔자'기조가 '사자'로 전환되는 초기국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안승원 UBS워버그 상무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이라크전쟁을 전후해 외국인은 현금비중을 높였었다. 그후 금리인하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최근 주식비중을 다시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시장,그중에서 투자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시장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 같다. 문제는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할 경우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악재가 나오면 쉽게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 같다.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왔던 카드채 문제가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는 외국인들이 많다. 국민은행 등 금융주를 공격적으로 사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수 관련주도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보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 전무 한두달 전만 하더라도 외국인은 한국증시에 대해 비관적이고 방어적이었다. 당시엔 헤지펀드들이 인터넷주 등 중소형주를 사들였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대형 뮤추얼펀드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나스닥시장의 전망이 밝아졌다. 북핵 문제, 카드채 문제 등 국내 악재로 국내 IT주(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이 미국 IT주에 비해 덜 올랐다는 점이 외국인 '사자'를 불러오고 있다. 이제는 대형주가 레벌업되면서 외국인이 재미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