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분쟁이 산업현장의 이슈로 급부상한 데는 2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참여정부의 친노조적인 성향에 고무된 노동계의 강경세력들이 기존 노조 및 협상파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노노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울산 등 대기업 현장 노조들 가운데 올해말까지 노조위원장을 새로 뽑는 데가 많고 이로 인한 선명성 경쟁 등이 가열되는 분위기도 노노간 세력다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노조 집행부로선 현장 강경파의 요구를 수렴하지 않을 경우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사측과의 협상에도 일관성을 상실하고있다. 사측은 이달부터 본격화되는 임단협에서 분규발생 등 파국을 맞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다. ◆선명성 경쟁=현장 강성조직들은 노조가 임단협에서 제시한 내용이 '어용성'이라며 노조 집행부를 몰아붙이는 식으로 선명성 경쟁에 불을 댕기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일부 현장조직들은 현 노조 협상안을 거부하고 해고자 원직복직과 상여금 8백% 인상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내걸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최윤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올해초 조합비를 대폭 감면하는 등 노조 개혁에 단행했는데도 "해도 너무한다"며 강경파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일부의 강성행동은 조합장 선거를 앞둔 시점의 정치적인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사측은 강경파가 노조를 주도하지 않더라도 기존 집행부를 강성으로 내모는 막후 세력이라는 데 주목하고있다. 노조 집행부는 '근골격계 처리 등 회사측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데도 일부 조직들이 너무 강성으로 집행부를 공격하고 있어 회사와의 협상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현장 강성조직들이 집행부의 노조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까지 의혹을 제기하며 집행부를 흠집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사측= 현대자동차 노사는 '노사합의-조합원 투표 부결-재협상'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노노갈등이 있다. 사측은 아예 부결에 대비해 현장조직을 상대로 한 별도 협상을 벌여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포스코도 해고자 등으로 구성된 '포스코 노동조합 정상화 추진위'가 노조세력확대를 꾀하고 있어 회사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향후 전망=대형 사업장의 노노갈등은 회사내부의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산별노조 전환과 비정규직 세력화 등과 맞물려 강경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노조가 회사측과 협상을 잘 하더라도 현장 노조원들의 반대로 노사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어느 때보다 크다. 노사문제협의회가 최근 1천76개 노동조합 대표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 노사 관계를 저해하는 노조 측 요인으로 '노노 갈등'(26.7%)을 1순위로 꼽은 데서도 이런 노조 내부의 갈등과 기존노조의 고민이 드러나 있다. 노동부 등 관계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울산 노동사무소 한 관계자는 "노노갈등은 노측 내부 사정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노동중재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면서 "현장 노동조직과 노조 집행부간 갈등이 노사협상을 경색시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태현?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