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골드만삭스 한국지사가 있는 곳이다. 직원 수는 60여명.건물 1층에 보일듯 말듯 걸려 있는 작은 간판 하나가 골드만삭스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골드만삭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기업 금융시장의 강자다. 한국기업의 지형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대형 거래는 대부분 골드만삭스를 거쳤다. LG그룹이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 매각한 것이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자동차의 지분 10%를 인수한 거래도 이 회사의 손을 빌렸다. 미국 칼라일그룹이 한미은행 지분 40%를 사들일 때도 골드만삭스가 거간 노릇을 했다. 진로처럼 IMF 때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의 채권을 싼 값에 사들이는 순발력도 발휘했다. 골드만삭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70년대부터다. 92년 대표사무소로 승격됐고 98년 정식 지사가 됐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사는 두 명의 대표가 이끌고 있다. 기업금융 부문을 총괄하면서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이찬근 대표(45)와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권준 지점장(36)이 전면에 서있다. 이찬근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에서 1년간 근무한 뒤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겨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뱅커스트러스트은행 푸르덴셜증권을 거쳐 91년부터 10년간 UBS워버그 한국대표를 지낸 뒤 골드만삭스로 이적했다. 권준 지점장은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예일대학에서 금융을 전공했다. 홍콩의 투자은행에서 한국기업과 관련된 일을 하다 96년 골드만삭스에 합류했다. 리서치 분야를 책임지는 임태섭 전무(40)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 에모리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97년 메릴린치 한국지점의 리서치팀에서 일하다 2001년 골드만삭스에 합류했다. 경제 전반을 분석하는 스트래티지스트도 겸하고 있다. 그는 기관투자가가 뽑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임 전무와 호흡을 함께 하는 사람이 김선배 박사(46)다. 김 박사는 홍콩의 골드만삭스 아시아지역본부에서 아시아지역 전체의 경제현황을 분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골드만삭스가 한국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데 대해선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린다. 선진금융기법을 선보이며 한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진로의 법정관리 신청에서 보듯이 투자수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 지나치게 냉혹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금융시장에서 국경을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며 "모든 전략은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