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이 4일 서울시민들의 식수원인 팔당댐의 물을 예로 들며 일본이 과감한 경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으로부터 제8회 닛케이 아시아상 경제발전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 전 장관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견해를 피력한 후 일본이 과거의 성공신화에 집착한 나머지 경제 개혁을 미루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팔당댐 물이 더러워졌을 때 이를 외면하고 아예 마시지 않을 수도 있으나 여기에는 큰 비용과 대가가 뒤 따른다"고 지적한 후 "물 밑의 퇴적물을 곧바로 치워내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퇴적물을 치우는 동안은 물이 더러워져 식수로 사용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된다"며 현재의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밝은 미래를 대비하는 선택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구조조정에는 큰 고통이 따르고 감춰진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지만 이럴수록 냉철한 자세를 잃고 당황하거나 움츠러들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일본 정부에 굳은 각오와 결단으로 경제 개혁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이 전 장관은 금융 및 산업부문의 과감한 구조 개혁을 통해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을 견인한 공로로 이번에 경제부문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상을 받았다. 한편 한국의 경제개혁 성과에 대해 그는 "노폐물 청소작업을 막 끝낸 상태며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진단한 후 "새로운 노폐물이 쌓이지 않도록 신시스템을 개발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