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1백일간의 모색'을 거쳐 보다 구체화된 중ㆍ장기 추진방안을 드러냈다. 정부는 시장개혁 금융 노동 등 주요 부문별로 그동안 거론해 온 개혁과제들에 대해 대부분 연내에 구체적 가닥을 잡고, 내년부터는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부처간 할거주의가 극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부처간 영역조정을 위한 행정조직 개편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미루기로 한 것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직도 '행정 불확실 비용'이 확실하게 걷혀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연내 기본틀 잡아 내년 입법화 우선 대기업관련 '시장개혁'이 하반기중 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갈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3∼5년 뒤 달성해야 할 투명성과 공정성, 경쟁도 등에 대한 평가지표를 8월 말까지 제시키로 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기업그룹들에 대해 도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지주회사제도에 대해서는 △지분율 조건(유예기간 2년) △부채비율 요건(1년) △손자회사 정리기한(2년) 등의 전환ㆍ설립요건 유예기간을 연장해 제도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금융회사와 대주주간의 투명한 관계설정을 위한 감독ㆍ감사방안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달 중순께 종합적인 방안을 제시키로 했다. 금융감독기구(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체계개편 방안도 중장기과제로 제시됐다. ◆ 노동문제 '법과 원칙' 중요 정부는 출범 후 △부처간 정책조율 △노동문제 △집값 안정 △집단행동 대처 등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특히 두산중공업 사태, 철도노조 파업,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등에 대처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다 사회적 혼란 등을 초래한 점을 인정, 앞으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내 노사관계 제도, 의식, 관행의 총체적 발전을 위한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사관계 비전과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내년에 노사관계법을 제정키로 했다. 그러나 일련의 분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현 정부의 태생적인 '친노(親勞)' 성향을 얼마나 불식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 '전국 최소기준' 아이디어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신(新)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분권화 등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특히 내년까지 낙후지역에 대한 기준과 지원방안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전국 최소기준' 관련정책을 펴기로 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용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도개선팀장(국장급)은 "최저임금제와 마찬가지로 생활여건이 최저수준에 못미치는 지역을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지원하자는 취지"라며 "독일 등도 이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