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식품 브랜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1백50여종의 라면 중 신라면 단일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3%나 된다. 일평균 2백46만봉지,연간으로는 9억봉지가 팔린다. 연간 판매량을 봉지째 일렬로 늘여놓으면 경부고속도로의 4백20배,높이로는 에베레스트산의 2만3백배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이다. 면발을 이으면 지구를 1천2백35바퀴 돌 수 있다. 신라면이 등장한 시기는 서울 아시안게임 직후인 1986년 10월. 얼큰한 맛을 내기 위해 고추재료 개발에만 1년이상 걸렸다. 면발도 2백여 차례 실험을 거쳐 기존 각형에서 원형으로 바꿨다. 농심의 연구개발 능력이 집중된 '옥동자'인 셈이다. 신라면은 물가지수 산출의 대표적인 기준 품목중 하나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라면 가격이 오르면 신문 1면에 기사가 실릴 정도였다. 그만큼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출시 이듬해인 1987년 1백86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천9백억원으로 15년만에 15배 이상 급증했다. 신라면이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데는 일관된 광고전략도 한몫 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란 카피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을 먹는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씨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엔 터프가이 최민식이 '눈물'을 흘린다. 국내 시장이 한계에 이르자 농심은 해외에서 신라면의 새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3백억원 이상 수출됐다. 특히 내년 미국공장이 완공되면 신라면 역사에 새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신(辛)라면이 해외에서도 얼마나 매운 맛을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