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면서 오랫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장수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10년,20년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일부 장수상품은 생명력을 이어가는데 머물지 않고 해당 업체에 꾸준한 매출을 안겨줌으로써 불황을 이겨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반세기 이상 '장기집권'하며 시장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상품으로 코카콜라와 칠성사이다를 들 수 있다. 두 상품은 지난해 1조2천억원 규모에 이른 탄산음료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전체 음료시장에서도 35%의 비중을 갖고 있다. 장수상품 반열에는 과자류가 한 축을 이룬다. 2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제품만도 새우깡 초코파이 빠다코코낫 고소미 부라보콘 오징어땅콩 구구콘 등 10개가 넘는다. 이들 제품은 오랜 세월 꾸준한 매출을 올리며 해당 업체에 효자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의 그림자가 길어지면서 업체들은 장수상품을 앞세워 안전한 장사를 하는 분위기다. 불황기에는 경영안정성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장수상품들은 오랫동안 소비자들로부터 검증을 받은 제품이어서 위험 부담이 적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까닭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다. 롯데제과의 비스킷 '빠다코코낫'. 25년 전인 70년대 후반 이 제품을 먹었던 어린이는 이제 같은 또래의 딸을 둔 엄마가 됐다. 롯데는 여기에 착안, 향수를 자극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도 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흑백TV로 봤던 부라보콘 광고. 30년이 지난 지금 광고 무대는 공항으로 옮겨졌다. 이번에는 연인들의 이별이 광고 소재다. 장수하면서 효자 노릇을 하는 알짜배기 상품도 적지 않다. 빙그레 바나나우유가 대표적이다. 29년 전인 1974년 6월 선보인 이 제품은 흰 우유를 제외한 가공유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제품이 나온지 3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매년 30%대의 고성장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장수상품으로 꼽히진 않지만 최근 수년간 시장을 달군 빅히트 상품도 여럿 있다. 대표적 사례로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 한국야쿠르트의 윌, 남양유업의 기능성 우유 아인슈타인 등을 들 수 있다. 자일리톨껌은 사각형 껌이 전부였던 시장구도를 완전히 뒤바꾸면서 껌 판매액 2천억원 시대를 활짝 열 것으로 보인다. 요구르트의 본질은 장을 튼튼히 하는 것이란 기존 관념을 바꾸면서 '장에 도움을 주는 요구르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윌은 지난해 이미 2천억원 고지를 넘어서 해당 업체에 대박을 안겨주었다. 10년이상 라면시장에서 황제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농심의 신라면도 연간 매출 3천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식품업계의 대박 기록을 갈아치울지 관심거리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