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보험을 들고 있다" 최근 한국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외국인의 움직임에 대해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이렇게 해석했다. 한국경제는 반도체 전기전자 통신 자동차 등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동향에 민감한 수출산업의 비중이 높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한국 기업의 이익 상승모멘텀(계기)은 그만큼 커진다고 예상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선취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의 뜨거운 매수열기 외국인의 식욕이 갈수록 왕성해지고 있다. 이들은 올들어 4월까지 월 평균 7천억∼8천억원어치를 순매도해오다 5월 들어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나스닥 지수가 본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5월말 이후엔 '적극 사자'로 나섰다. 5일 하룻동안 1천8백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최근 7일간 순매수규모가 9천3백억원대에 이른다. 특히 매수주체는 단기차익을 겨냥하는 헤지펀드가 아니라 1년이상 내다보는 대형 뮤추얼펀드로 파악되고 있다. 사는 종목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등 경기민감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미국 경기회복 진입과 나스닥지수 상승에 고무된 외국인이 바이코리아(buy korea) 행진에 나서고 있으며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시장에도 외국인의 열기가 뜨겁다. 이날 현재 외국인의 선물 누적순매수 규모는 2만3천계약에 달한다. '9·11 테러' 이후 한국 증시가 본격 상승세에 돌입하기 직전인 지난 2001년 11월(2만5천계약) 당시에 육박하는 규모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물시장뿐 아니라 선물시장의 외국인들도 중기적인 강세장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기대되는 선순환 구조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 매수세로 인해 국내 증시가 선순환 구조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500대 초반의 주가를 600대 초반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체력이 소진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기관들의 매수차익거래 잔고도 1천2백50억원으로 부담스런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사자'에 나서면서 개인의 차익매물과 기관의 프로그램매물을 소화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주일간 개인들은 1조5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만큼 예탁금을 비축하고 있는 셈이다. 강신우 PCA투신 전무는 "국내에선 아직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면서 "시장의 수요기반이 탄탄해지고 있어 군불로 방을 데우듯 천천히 달아오르는 장세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