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삼천리자전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급등을 유도한 뒤 하루만에 보유주식을 내다팔아 이익을 챙겼다. 삼천리자전거는 외국인의 단타(단기매매)로 전체 등록주식의 절반 가량이 하루에 매매되는 등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5일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삼천리자전거 주식 49만9천9백90주(4.99%)를 순매도했다. 이는 전날 신흥증권 창구를 통해 외국인이 사들였던 주식 수와 일치한다. 이날 신흥증권 창구에서는 55만여주의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외국인은 전날 6억1천만원에 사들인 삼천리자전거 주식을 이날 6억9천만원에 처분했다. 외국인은 이 회사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자 물량을 모두 털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천리자전거 주가는 이날 장중 가격제한폭인 1천4백원까지 치솟았지만 외국인의 매물로 상승폭이 둔화돼 1백20원(9.60%) 오른 1천3백70원에 마감됐다. 외국인의 이같은 단기매매 영향으로 삼천리자전거의 거래량은 폭증했다. 외국인 매수세로 주가가 급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삼천리자전거의 이날 거래량은 전체 등록주식수(1천만주)의 절반에 육박하는 4백93만주에 달했다. 금융 감독당국과 증권업계에서는 특정 외국계펀드나 외국인투자자가 공시의무를 피하기 위해 삼천리자전거 지분을 5% 미만으로 사들인 뒤 주가급등을 이용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삼천리자전거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2000년 10월18일 0.10%(1만9백50주)가 최고치였다. 외국인은 작년 9월27일 이후 이 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지분 5%에서 10주가 모자란 만큼만 주식을 사들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장·등록기업의 지분 5% 이상을 사들일 경우 금감원에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면서 "4.99%만 취득한 것은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단기간에 보유주식을 팔아치우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자전거업계 1위인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6백27억원 매출과 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3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1·4분기(1∼3월)에 영업이익(6억원)과 순이익(5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47.6%와 44.1%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인라인스케이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