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李基明)씨에 대한 공개서한 형식을 빌려 용인땅 거래와 관련,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이씨를 적극 엄호하고 언론의 보도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직접 작성한 '이기명선생님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요즘 선생님을 생각하면 죄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존경받는 원로작가로 노후를 편히 지내셨을 분이, 제가 대통령이 되지만 않았어도 최소한 후배 언론인들에 의해 부도덕자, 이권개입 의심자로 매도되는 일이 없었을 분이..."라면서 "선생님의 고초를 생각하면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지난 88년 KBS노조 강연을 계기로 맺은 이씨와의 인연을 회고하고 "당시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조차 '저로부터 돈 한푼 받는 적도 없고, 저에게 돈 한푼 모아준 적이 없는 이상한 후원회장'으로 기억되고 있는 그런 선생님께서 제가 대통령이 된 후 갑자기 이권개입 및 부동산투기 의심자로 매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실에 돈이 없어 비서들이 기죽어 있을 때마다 용기를 주시기 위해 '나 용인에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금싸라기 땅 있어. 그것만 팔리면 우리 돈 걱정 안하고 정치할 수 있어!'라고 말씀했다"고 말하고 "그때 우리는 선생님의 용인 땅이 돈하고는 거리가 먼 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미 그 땅을 담보로 빌린 은행빚으로 근근이 가계를 꾸리고 계신 것을 다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런 용인 땅이 최근 용인지역 개발 여파로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매력적인 땅이 되고 그래서 맺게 된 계약서 몇장때문에 선생님이 갑자기 언론에 '대통령을 등에 업은 이권개입 의혹자'가 돼버렸다"며 "한나라당 출신의 용인시장과 경기지사가 허가권을 쥐고 있는 곳에서 말입니다"라고 야당과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제기로 대통령 주변을 공격해 대통령을 굴복시키려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대통령으로서 정당한 권한과 독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반론권과 오보대응권을 갖고 언론문화 발전에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옛날 정권과 언론의 관계는 정권에 의한 탄압, 언론에 의한 정권 길들이기 아니면 밀월 관계였다"며 "이렇게 한편에 의한 굴복 아니면 밀월이라는 관계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어느 것도 적절한 관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의혹제기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니 중단할 것을 호소했으나 의혹제기는 그치지 않았다"며 "이런 의혹제기 대상은 선생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이 끝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부당한 권력에 제가 굴복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악랄한 범행을 저지르고 검찰에 체포된 사람이라도 피의자 신분일때는 언론에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게 인권인데 제 주변 사람들은 단순한 의혹으로도 언론에 실명이 거론된다"며 "단지 대통령 주변이라는 이유로 인권이 너무나 쉽게 침해되고 있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칭찬해 주고 싶도록 국정을 잘 수행하겠다"면서 "언론에 소모적인 비판의 빌미가 되는 일이 없도록 저의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주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새 시대에 맞는 새 언론문화를 위해 꼭 필요한 건강한 긴장관계를 끝까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