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겨울연가의 그림 같은 하얀집.레모나CF에서 소녀들이 자전거로 지나던 꽃길" 거제도에 딸린 작은 섬 외도(外島)는 유럽의 어느 바닷가에서 촬영한 듯한 이들 작품의 배경이다. 4만4천평의 외도해상농원은 전체가 하나의 잘 가꿔놓은 정원.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환상적인 마지막 키스신을 찍은 장소가 관리사무소 베란다였다니 다른 곳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 한려수도의 수려한 장관을 지나 뱃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은 외도 선착장에서 도착하면 별천지를 만난다. 지중해 어느 마을에서 옮겨 놓은 듯한 아치형 입구.문을 들어서자 모두들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외도의 볼거리는 사람의 힘으로 이뤄졌다지만 기본은 역시 자연이다. 1천1백여종에 수만 그루는 족히 됨직한 꽃과 나무들.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 좌우엔 새로운 수종이 나타난다. 용설란 수선화 파파바 니포피아 금낭화 크로커스 천사의나팔꽃 능소화에 각종 야자수까지.이름마저 생소한 이런 꽃 나무들을 어디서 다 구해 왔는지 그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저 잘가꿔 놓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는 한 평생을 모두 바친 두 사람의 정성이 담겨 있다. 이 회장의 부인 최호숙 사장(67)은 세계 각국을 돌며 최고로 아름다운 경관들을 눈과 마음에 담아왔다. 그리고는 외도를 끊임없이 가꾸었다. 눈과 가슴으로 모아온 바깥세상 경관의 아름다움을 재현하고 또 창조했다. 이름난 조각작품도 사들였다. 길거리 돌 하나도 그 정성의 손길을 벗어날수 없었다. 선인장 동산,비너스 가든,천국의 계단,코커스 가든 등 주제별로 꾸며놓아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농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최 사장은 외도를 가꿔 지역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31일 '바다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관람로를 따라 올라가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정상이다. 카페에서 시원한 팥빙수 한그릇으로 더위를 날리고 선착장으로 돌아 내려왔다. 안내원의 말이 주말이면 인근의 유람선 32척이 하루 1만명의 관광객을 실어 나른단다. 돌아오는 길.유람선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선장의 목소리가 귀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모두들 아침부터 서두른 때문일까. 1시간반 관람길의 흥분이 누그러지며 곤한 피로가 몰려온다. 아주머니들은 자연스레 옆자리 바깥어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아름다움을 공유한 여행 뒤에 오는 평온함이 온몸을 감싼다. 외도=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