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해 있는 논들이 있다. 한쪽 논은 물이 출렁거린다. 너무 많아 벼가 썩을 정도다. 반면 옆의 논은 물이 없어 바닥이 갈라진다. 벼들은 타들어가고 있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이들 논 사이에 물꼬를 트면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물이 넘치는 논의 주인은 벼가 썩으면 썩었지 절대 물꼬를 틀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이런 일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쪽 논은 실업자고 또 다른 쪽 논은 중소기업이다.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중소기업 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그러는 사이 실업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간다. 중소기업 사장은 사람 구하러 다니느라 본연의 일을 제쳐둔지 오래다. 몇달씩 학교 등지를 찾아다니며 사람을 보내달라고 사정하지만 반응이 없다. 간신히 외국인 연수생으로 버티지만 사람 가뭄을 채우기엔 태부족이다. 이제 주물 도금 염색 등 기반기술분야에서는 내국인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떠난다면 국내에선 부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기계 전기 전자 금속 자동차 분야 모두 마찬가지다. 머지않아 우리는 간단한 부품도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만들어와야 한다. 전국의 실업자는 줄잡아 80만명,이 중 청년 실업자는 40만명이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약 20만명이다. 물꼬만 트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방법을 찾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과연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일까. 몇가지 방안을 생각해보자.우선 중소기업근로자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일정 물량을 중소기업에 몇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우선 분양하면 어떨까. 투기꾼들 대신에 용광로 옆에서 땀흘리며 20여년간 묵묵히 일해온 이들이 목돈 좀 만져보는게 과연 불공평할까. 서울과 지방의 괜찮다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방안은 또 어떨까.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만 간신히 나온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더 나은 교육기회를 주는게 부당한 것일까. 해마다 도금 염색 열처리 주물 단조분야의 챔피언을 선발해 대통령이 직접 포상하고 상금을 두둑히 주는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한 사람을 뽑아서 미국 일본 유럽 등지 최고의 기술학교에서 연수를 받게 한 뒤 대학교수로 특채하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독일은 학위가 없어도 현장전문가가 얼마든지 대학교수로 채용되고 우대받는다고 하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눈을 돌려 10만명이나 되는 장애인을 고용하면 안될까. 하도 답답해서 실현가능성은 제쳐두고 한번 생각해본 것들이다. 요즘 중소기업 문제의 핵심은 인력난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소기업엔 희망이 없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중견기업 대기업 차례다. 기업 없이 고용,수출 그리고 선진국 진입은 생각할 수 없다. 뒤에서는 중국이라는 해일이 밀려오고 앞에는 미국 일본 유럽의 벽이 가로막혀 있는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여기에 사람 가뭄으로 애가 타니 중소기업인 상당수가 기업을 그만두고 이민이나 가야겠다고 탄식하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방안은 있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적인 컨센서스를 모으느냐는 것이다. 중소기업 인력난을 중소기업청 혼자서는 결코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망하고 나면 중소기업에 취직하고 싶어도 취직할 수 없는 날이 온다. 그때가 이미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까지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게다.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