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시장이 공급과 수요가 다같이 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공급측면에선 가계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금융사들이 부실화된 가계대출 채권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등이 올 상반기중 매각하는 부실채권만도 6조원이 넘는다. 수요측면에선 특히 외국계 금융사들이 부실채권을 적극 매입하고 있다. 연체율 상승이 정점에 오른 올 상반기가 부실채권을 싸게 살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 부실채권 시장의 구조 부실채권은 연체채권과 상각채권으로 나뉜다. 연체채권은 말 그대로 연체돼 있는 상태의 채권이다. 금융사는 연체채권을 매각하면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얻는다. 상각채권은 연체가 오래돼 아예 회계장부에서 손실로 처리한 채권이다. 상각채권은 매각하더라도 연체율에는 영향이 없지만 이미 손실로 처리했던 채권중 일부를 회수하는 셈이므로 특별이익이 발생한다. 부실채권의 주된 매수자는 외국계 금융회사, 구조조정전문회사(CRC), 캠코 등이다. 이들은 연체채권의 경우 채권가격의 15∼18%, 상각채권은 10∼12% 정도에 인수한 후 채권추심을 통해 이익을 올린다. 예컨대 1천억원짜리 상각채권을 1백억원(인수가 10%)에 인수한 채권매입자는 이 채권을 신용정보사(추심회사)에 위탁, 채권회수 실적이 10%를 넘으면 이에 비례해 수익을 얻게 된다(채권추심 수수료 제외). ◆ 6월에 매각 집중 금감원은 이달말 실적을 기준으로 카드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카드사들이 적기시정조치를 면하기 위해선 연체율을 10% 미만으로 낮추고 조정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이달중 대규모 연체채권 매각을 준비중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3천2백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한데 이어 최근 연체채권 1천9백27억원어치를 진흥저축은행에 추가로 팔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달중 1천3백억원 규모의 3차 매각을 추진중"이라며 "3차 매각이 완료되면 3월말 현재 19%대인 연체율을 9%대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LG카드도 올 3월 5천2백10억원 상당의 상각채권을 판데 이어 지난 4일 3천5백7억원 규모의 채권을 추가로 매각했다. 적기시정조치(6월말 현재 BIS비율 5% 미만 대상)를 피하기 위해 저축은행들도 연체채권 매각을 추진중이다. 저축은행들은 이달중 총 1천억원이 넘는 연체채권을 캠코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처럼 매각물량이 몰리면서 가격이 낮아지자 외국계 금융사들은 부실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줄리어스캐피털 론스타 살로먼스미스바니 등이 2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사들인데 이어 GE캐피털 골드만삭스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개인의 경우 기업과는 달리 경기만 회복되면 언제든지 채권상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 최소 3년 이상 채권을 보유한 채 채권추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매각한 국내 금융사들은 당장의 자산건전성 향상은 이룰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수익원(회수가능 연체채권)을 포기하는 셈"이라며 "적정한 채권가격 평가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