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KAJA'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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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맨해튼 센트럴파크 옆 구겐하임박물관 지하 음악강당에서 특이한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교포들과 뉴욕거주 유대인들이 만든 모임의 발대식 성격을 띤 음악회였다.
조원일 뉴욕총영사와 이스라엘의 알론 핀카스 뉴욕총영사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모임의 격을 높여주었다.
모임이 정식 만들어진 것은 지난 4월.미국내에선 둘 다 소수민족인 만큼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에서였다.
모임의 이름은 KAJA(Korean-American, Jewish American Forum)로 정해졌다.
우리말로 읽으면 '가자'가 되며 영어로는 'Let's Go'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의 모임에선 "한국인과 유대인이 함께 가자(Let's go together)"란 얘기가 많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난 70년대 초 이스라엘의 월드컵축구 본선 진출을 막았던 차범근 선수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얘기를 꺼낸 핀카스 이스라엘 총영사는 "미국 명문대학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대부분 한국인이거나 유대인"이라며 "두 나라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나라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유대인은 더 이상 소수민족이 아니다.
인구로는 아직 소수이나,실질적인 파워는 '미국을 움직일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하면서도 노벨상 수상자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의 저력이 한껏 발휘되는 곳이 미국이다.
월가의 금융계를 포함해 유통 패션 에너지 IT산업 등 대부분의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워싱턴 정치권도 막강한 자금력과 언론의 힘을 동원하는 이들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뉴욕에선 유대인 명절에 모든 학교가 쉴 정도로 이들은 실질적인 미국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대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미국 사회의 심장부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은 미국에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유대인의 본거지인 뉴욕에서 어렵사리 만들어진 'KAJA'를 잘 살려 국익에 보탬이 되는 모임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