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지난 7일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위한 한·일 협력기반 구축'이란 한·일 정상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공동 노력할 것과 북핵의 평화적 해결,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경제협력 강화,인적·문화교류 확대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부문 포괄적 협력 합의=두 정상은 양국 최대 관심사인 FTA 체결에 대해선 △상호 필요성 인식 △조기체결 교섭 개시 △우호적 환경조성 등 3대 원칙을 확인했다. 그러나 시기에 대해서는 공동 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협정 체결을 좀더 서두르는 일본이 "올해 중 정부간 협상 시작"을 요구하며 시기를 못박으려고 했으나 국내 사정을 감안한 한국정부의 신중접근론으로 원칙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FTA 체결 교섭을 조기에 개시하도록 노력키로 합의한 것 자체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은 8일 게이단렌 연설에서도 적극추진 의지를 밝혀 어떤 형태로든 정부간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교섭에 협력해 나가기로 했고 비자 면제와 김포∼하네다간 항공편 조기 운항 추진도 공동 성명에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부문은 전체적으로 '포괄적인 합의'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시기·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양국은 2005년을 '한국·재팬축제 2005'로 지정,청소년을 중심으로 양국 각계 각층의 이해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도 확대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18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일본어 가창 음반,게임기용 비디오게임물,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 등에 대한 완전개방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문제 미묘한 인식차= 두 정상은 북핵 불용의 원칙과 평화적·외교적 해결원칙을 재천명했다. 한 발 나아가 두 정상은 "북한은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말라"는 공동의 경고도 보냈다. 그러나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대화와 동시에 압력도 필요하며 북핵 문제가 더 악화될 경우 한·미·일 3국간 긴밀한 협의하에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데 비해 노 대통령은 "대화와 압력을 병행해야 하지만 한국입장에선 대화쪽에 좀더 비중을 둔다"고 말해 부분적으로 시각차도 드러났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북한의 (마약 밀수 등) 위법행위에 대한 규제와 단속 등에선 더욱 엄정하게 대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후속회담 형식과 관련해서도 공동 성명은 "한·일 양국이 참석하는 다자대화 프로세스에 대한 강한 기대를 표명한다"고 언급,'회담형식에 상관없이 후속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우리 입장보다는 '반드시 한·일이 참가하는 확대 후속회담이 개최돼야 한다'는 일본과 미국의 입장에 보다 가까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허원순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