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불황속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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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 국내 기업들은 광고비를 최대한 줄였다.
긴축을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광고비 삭감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은 생각이 달랐다.
오히려 광고비를 늘려 공격적인 활동을 펼친 덕에 한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기업들이 '위기'로 느끼는 순간을 이들은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올 들어 또 다시 닥친 불황으로 국내 기업들은 위축되고 있는 반면,한국HP 등 몇몇 외국기업이 대대적인 회사이미지 광고에 나선 것은 같은 맥락에서 눈길을 끈다.
선진국 기업들은 훌륭한 광고는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더욱 효과적이고,경기가 침체됐다 해서 광고를 줄이면 이후 장기간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불문율로 여기고 있다.
경기가 좋아 경쟁사들이 다투어 광고 캠페인을 할 때 따라가 봐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는커녕 방어적인 수준에 그칠 뿐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시리얼업체인 켈로그가 포스트를 제치고,GM이 포드와 크라이슬러를 앞선 것도 불황기의 광고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수십년에 걸쳐 시계열(時系列)적인 시장조사를 하고 있는 미국의 맥그로힐은 경기불황이 시장점유율 확대와 판매증가의 황금기회(golden opportunity)라고 말한다.
수천개 기업의 재무자료를 분석하는 SPI 역시 경기침체기의 광고활동이 경기회복 후 매출과 순이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카너 퍼브리싱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불황기에 공격적으로 광고를 집행한 기업은 보수적으로 운영한 기업에 비해 시장점유율 상승폭이 평균 8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국기업들은 경기후퇴에도 불구하고 광고비를 더욱 늘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어느 시기에 얼마 규모의 예산으로 광고를 해야 하는 것인가는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더욱이 불황 속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광고예산을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슬럼프기간일수록 소비자들은 더 좋은 광고에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