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光善 < 중앙대 교수.기업지배구조센터 원장 > 자산배분은 투자자금을 부동산 주식 채권 및 예금 등 주요 자산그룹에 적절히 배분하여 위험 감소라는 분산효과를 얻는 동시에 투자자가 선택한 위험부담 범위 내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자산배분의 개념은 2천년 전에 나온 유태인의 경전 탈무드에도 나타나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돈을 세 부분으로 나누도록 하라.그리고 3분의 1을 토지에,다른 3분의 1을 사업에 투자하고,나머지를 준비금으로 보유토록 하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여기서의 토지는 부동산을,사업은 주식을,그리고 준비금은 채권과 예금을 의미할 것이다. 유태인들은 이미 2천년 전부터 위험과 수익률의 관계를 터득하여 이를 교육하고 실천해 왔음을 탈무드는 보여주고 있다. 막대한 단기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탈무드가 가르쳐주는 이성적 자산 배분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부동산에 편중된 투자행태는 현재의 역사적인 저금리가 주원인이다. 어쨌든 최근에는 투기적 수요의 증가와 함께 거품가격 형성에 대한 우려마저 나타나고 있다. 자금의 부동산 편중과 가격거품 가능성에 따라 투자자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보는 것처럼,거품 파열에 따른 가계·금융기관 부실화 등 경제전체의 위험도 잉태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부동산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은 아직도 극히 미미하다. 우리나라 개인의 금융자산 약 9백50조원 가운데 주식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이 비율이 35%에 이른다. 금융자산 중 주식 채권 현금의 비중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컨센서스 견해는 온건한 수준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는 중년층 투자자의 경우 각각 60,30,10% 정도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되지 못한 이유는,상장기업들의 영업위험 재무위험 그리고 지배구조위험 모두가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이들 위험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왔으며,이제는 주식을 자산배분의 주요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영업위험은 그간 지속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등으로 고정비용이 감소되면서 낮아졌다. 재무위험도 대폭 감소됐다. 즉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97년 말 4백%에서 최근 1백35% 수준으로 내려왔고,최소한 외형적으로는 미국 일본보다도 낮다. 물론 순환출자와 피라미드 소유구조,그리고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4분의 1에 달한다는 사실은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지배구조위험도 낮아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외국기관은 한국의 전반적 지배구조 환경은 아시아국 가운데 중간 수준이지만,자신들이 선정한 30개 대기업의 지배구조 평균점수는 아시아국 가운데 1위라고 평가했다. 최근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이 사건의 엄정한 처리와 집단소송제의 도입추진은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최근 자발적으로 지배구조평가를 의뢰하고 지배구조 혁신을 천명하는 기업들이 소수라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주식투자 위험의 경감과 함께 주가수익비율 등 여러 지표로 비교한 우리나라의 주가수준이 낮다는 점은 향후 투자자들의 자산배분에서 주식비중이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동태적 자산배분의 관점에서도 주식비중을 높여야 할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단기대책과 함께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 역사적인 저금리와 하반기 이후의 경기회복 전망은 채권투자의 자본이득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반면 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국경기의 회복 시그널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증시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벌써부터 미국 주가의 버블을 주장하는 견해가 없진 않으나 수개월 전보다는 주가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크게 증가했음은 사실이다. 위험도 낮추고 기대수익률도 높이는 일거양득의 자산배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kschung@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