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LPG 가격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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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충전소에서 ℓ당 5백7원에 LPG를 넣었는데 기사 제대로 쓴 것 맞습니까."
지난 일요일(8일) 저녁 월요일자 본지 가판(街版)을 읽은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라 다음 달부터 LPG 가격이 ℓ당 5백69원(5월말 현재)에서 5백70원으로 '1원' 오른다는 재경부 발표 기사에 관한 질문이었다.
전화를 끊고 인터넷을 통해 LPG 소비자 가격 동향을 살펴봤다.
6월 첫째주 평균 가격은 4백99원.보도자료에 나와있는 5월말 기준 5백69원보다 무려 70원이나 낮은 가격이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다음달부터 LPG 가격은 ℓ당 '1원'이 아닌 '71원' 오른다고 써야 맞다.
퍼센트로는 0.1%와 14.2%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시내판 기사를 바로잡은 뒤 담당과를 찾아가 LPG 가격 동향을 알고나 있는지 물었다.
"아마 5백원대를 밑돌겁니다"라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자료에는 왜 5백69원이라고 써놓았을까.
"지난달 말에 자료를 작성했기 때문에 당시 가격을 썼을 뿐"이라는 궁색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만일 5월말 가격이 일시적으로나마 세율조정 후 가격인 5백70원보다 높았더라면 정부는 무엇이라고 발표했을까.
아마 LPG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다음날 한경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간 신문은 재경부가 발표한 자료대로 'LPG 가격 1원 인상'이란 엉뚱한 기사를 그대로 실었다.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세율조정은 매우 민감하고 정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LPG충전소를 찾아다니며 일원,십원 단위 변화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운전자들에게 이번 언론 보도는 어떻게 비쳤을까.
클릭 몇번이면 나오는 게 LPG가격 동향이다.
시시각각 변동을 거듭하는 시장을 다루기에는 정부와 관료들의 능력이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는 것인가.
이번 해프닝이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비판을 잠재우려는 정부의 계획된 숫자 꿰맞추기 또는 소위 언론 플레이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신이 '1원'과 '71원'의 차이보다 훨씬 커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정호 경제부 정책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