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부 산하기관 사장 및 임원으로 4백여명을 추천했으나 청와대가 전문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시해 정치권 출신 인사들의 산하기관 진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소식이다. 결론부터 말해 이들을 추천한 민주당으로서는 섭섭한 일이겠으나 이는 참으로 잘한 일이다. 거듭 밝히지만 우리는 산하기관의 고위직이 내부 종사자의 전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전문성과 관리능력을 갖춘 인사라면 외부기용도 무방하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오히려 내부기용 일변도 보다는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외국에서도 상당수를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 외부기용으로 채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자질과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하기관의 고위직이 마치 전리품인양 무자격자를 무더기로 임명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왔다. 이번에 집권한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어서 1천여개 남짓한 산하기관 고위직에 무려 2백∼3백명을 당 출신으로 채우겠다며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된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이 중심이 돼 추천자를 선정,청와대에 추천한 바 있다. 추천자 선정과정에서부터 논공행상에 따른 잡음이 끊임없이 제기돼 오더니 이번에 청와대가 자격 미달자가 대부분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정권창출에 공이 큰 우리를 이렇게 홀대할 수 있느냐고 볼멘 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무자격 인사를 산하기관 고위직에 대거 임명하겠다는 미련을 깨끗이 버려야 한다. 청와대도 설령 정권창출에 공이 있다 하더라도 무자격자는 안된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과거에도 정권 초에는 그런 다짐을 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유야무야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흔히 낙하산 인사라고 불리는 정치권 인사의 부문별한 산하기관 고위직 임명이 불러 온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 기관 종사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경영상의 방만함을 초래해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산하기관 운영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각종 부조리와 비효율은 잘못된 낙하산 인사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면서 산하기관 개혁을 외쳐 봐야 이들 기관 종사자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이는 헛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집권세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