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빅딜(Big Deal)' 과정에서 발전설비 사업권 일원화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담수화(淡水化) 설비시장을 놓고 재격돌한다. 당시 발전설비 사업권을 두산측에 넘긴 현대중공업은 담수화 사업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인 반면 두산측은 세계 1위 사업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측은 또 두산중공업이 독식하고 있는 발전설비 시장 재진출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국내 간판 중공업체 자리를 놓고 두 회사간의 시장 쟁탈전이 재연될 전망이다. ◆재연되는 현대·두산중공업 대결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쿠웨이트 정부가 발주한 총 공사비 3억달러 규모의 담수화 설비사업인 '사비야' 프로젝트의 최종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하루 1백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22만t의 용수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등이 참가한 국제 경쟁입찰에서 최저가격을 적어 최우선 업체로 지정된 현대측은 기술평가 작업이 끝나는 이달말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담수화 설비프로젝트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초긴장 상태다. 두산은 또 현대측이 초저가 입찰전략으로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동종업체간 과다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산업자원부에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두산 관계자는 "현대는 독자적인 설계능력을 갖고 있지 못해 이를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공사비 중 상당액이 로열티로 지급되는 등 심각한 국부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는 이에 대해 두산측이 담수화 설비시장에서 국제적인 두각을 나타낸 것은 현대측이 발전사업권을 빼앗겨 국제입찰에 참가할 수조차 없게 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맞받아 쳤다. 현대 관계자는 "담수화 설비는 공정상 발전설비 제작과 밀접한 기술적 연관성을 갖는다"며 "현대중공업은 20년 이상의 담수화 설비제작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설비 시장도 호시탐탐 현대측은 한 발 더 나아가 빅딜에 따른 발전설비 사업권 포기는 정부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이라면서 사업 재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는 발전소용 터빈과 발전기,발전소용 보일러 등 발전설비와 사업권 일체를 두산측에 양도해 2010년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 입찰에도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 관계자는 "빅딜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입찰 의사가 전혀 없는 해외 사업에서조차 국내 기업의 참여가 원천봉쇄되고 있다"며 "무리한 사업권 일원화로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측은 대부분 턴키(Turn Key·일괄수주) 방식으로 이뤄지는 해외 대형플랜트 공사의 경우 자체 발전시설이 필요하다며 사업권 박탈에 따른 유·무형의 손해가 막대하다고 밝혔다. 두산측은 "사업환경이 변했다는 이유로 당초의 합의를 뒤집자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