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로 끝난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본국민들의 뇌리에 서민대통령,세일즈대통령의 인상을 심어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일본기업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민영TV가 마련한 보통 일본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얼굴이 마음에 드느냐' '집안 살림의 주도권은 누가 갖고 있느냐'는 등 사소한 질문에도 막힘없는 답변과 진지한 자세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논란의 대상이 된 유사법안이 대통령 도착 직전 참의원을 통과해 스타일을 구겨 놓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래도 우호 무드 속에서 좋은 인상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 보면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다. 방문단의 내부 엇박자 및 준비 미흡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노 대통령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기 때문에 시기를 못박은 것은 아니고 조기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고 일본주재 한국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밝혔다. 정상회담 후 한·일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채택한 결의문은 협정체결을 위한 조기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한·일경제단체의 목소리는 그러나 산자부 고위관료의 발언에 묻혀 버렸다. 그는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스피드만 높인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또 세일즈외교를 표방했지만 준비과정에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게이단렌 등 일본의 경제 4단체가 주최한 대통령과의 오찬은 일요일 열린 탓에 일본기업인 참가수가 기대에 못미쳤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주일 한국대사관은 자리를 메우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파견된 상사 주재원들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안됐다는 후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외쳐온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맥 빠지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일 두 나라의 거리는 한걸음 더 좁혀질 것이 분명하다. FTA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포장이 그럴싸해도 정작 중요한 것은 알맹이다. 준비과정의 미흡과 엇박자의 개운찮은 뒷맛을 씻어버리고 이번 방일의 실익을 어느 만큼 거둘 지 공은 한국정부에 넘어가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