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한국은행법 개정 논의가 재개되면서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또다시 한은법 파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나오연 한나라당 의원 등 1백9명과 임종석 민주당 의원 등 17명이 지난 3월 각각 발의한 2개의 한은법 개정안을 본격 심의하기에 앞서 오는 16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개의 개정안은 내용면에서 엇비슷하다. 재경부와 금감원은 "한은이 중앙은행 독립을 명분삼아 지나친 권한 확대를 추진한다"며 못마땅해 하는 반면 한은은 "법 개정을 통해 중앙은행의 독립ㆍ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금통위원 선임 주도권 다툼 한은법 개정안에선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하고 한은 총재와 재경부 장관의 추천 위원 수를 기존의 1인에서 2인으로 늘리는 대신 대한상의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등 민간단체의 금통위원 추천권을 폐지토록 했다. 한은측은 "재경부가 민간단체의 금통위원 추천권을 실질적으로 대신 행사해온 만큼 차제에 금통위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금통위원 구성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금통위 구성은 법 규정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이 되면 한은 집행부의 의견이 금통위 결정에 지나치게 반영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지급결제 감독권도 대립 개정안에선 아울러 한은에 중요 지급결제제도를 지정할 권한과 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지급결제 관련 자료요청권을 갖도록 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지급결제 안정성 도모는 물가안정이 목표인 한은이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에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기구의 주된 책무라고 주장했다. 또 한은이 모든 지급결제를 관장하면 업무 대상이 2금융권까지 확대되고 지급결제 관련 '자료요청권'이 자칫 금융회사 검사권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은은 금융회사 자금결제시스템과 한은금융망(BOK-Wire)이 연결돼 일부 회사의 자금결제 마비가 전체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단독검사권이냐 공동검사권이냐 개정안에선 통화신용정책과 관련된 규정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한은이 금융회사를 단독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한은에 단독검사권을 주는 것은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립 취지와 맞지 않고 중복 검사를 받게 될 금융회사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또 작년 10월 금감원과 한은이 양해각서(MOU)를 체결, 금통위 의결을 거치면 언제라도 공동 검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려면 방대한 정보 수집이 필수적인데 공동검사제로는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 경비예산 사전승인제 폐지 '신경전' 한은 경비예산에 대한 재경부 장관의 사전 승인제를 없애고 금통위 의결로 확정되도록 독자 예산권을 부여한 한은법 개정안의 내용을 놓고도 재경부와 한은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수언ㆍ안재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