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빅딜(Big Deal)' 과정에서 발전설비 사업권 일원화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담수화(淡水化) 설비 시장을 놓고 재격돌한다. 당시 발전설비 사업권을 두산측에 넘긴 현대중공업은 담수화 사업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인 반면 두산측은 세계 1위 사업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측은 또 두산중공업이 독식하고 있는 발전설비 시장의 재진출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재연되는 현대·두산중 대결 현대와 두산은 쿠웨이트 정부가 발주한 공사비 4억달러 규모의 '사비아'프로젝트를 놓고 자존심을 건 일전을 벌이고 있다. 사비아 프로젝트는 하루 22만t의 용수를 생산할 수 있는 쿠웨이트 최대 담수화 설비공사다. 최종 사업자가 선정되는 시점은 이달말. 지금까지는 3억4천만달러의 최저가격을 제시한 현대중공업이 유리해 보인다. 반면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보다 높은 가격(3억6천1백만달러)을 써냈지만 설계 및 시공 능력이 한 발 앞선다며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담수화설비 제작업체이면서도 지난해 이후 단 한 건의 담수화 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한 두산은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장외전도 치열하다. 두산은 현대가 저가 입찰로 과다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산업자원부에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두산 관계자는 "현대는 독자 설계능력이 없어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로열티로 해외업체에 지급해야 할 것"이라며 '국부유출'까지 들먹이고 있다. 현대는 이에 대해 담수 설비는 공정상 발전설비 제작과 밀접한 기술적 연관성을 갖는다며 두산이 담수 설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자사가 빅딜로 발전설비 사업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현대 관계자는 "20년 이상의 제작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두산이 '강탈'해 간 담수화 사업의 경쟁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설비 시장도 호시탐탐 현대측은 한 발 더 나아가 빅딜에 따른 발전설비 사업권의 포기는 정부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사업 재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는 발전소용 터빈과 발전기,발전소용 보일러 등 발전설비와 사업권 일체를 두산측에 양도,2009년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입찰에도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 관계자는 "빅딜로 인해 두산중공업이 입찰의사가 전혀 없는 해외사업에서조차 국내기업의 참여가 원천봉쇄되고 있다"며 "정부의 무리한 사업권 일원화 정책이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만 낳았다"고 지적했다. 두산측은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고자 했던 빅딜 합의를 이제 와 뒤집는 것은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겸업금지조항이 현대중공업의 해외 수출까지 막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대가 해외 발전설비 사업에 참여하려면 두산중공업과 함께 진출하든지 아니면 해외 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