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에 1백억원대를 예금한 A씨는 최근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를 만나 "요즘은 부동산시장이 어디로 갈지 정말 예측을 못하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이제 부동산시장은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에 보유하고 있던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처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 분배주의자인 노 대통령이 부동산값 폭등만은 반드시 잡으리라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5·23 부동산 안정대책'이 발표되기 전 1∼2개월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1주일에 1천만원씩 오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가격이 급등해 그의 판단이 틀렸음을 입증해 줬다. 이 때문에 정부의 '메가톤급'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A씨는 좀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오리무중인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PB들의 시장 전망이 '큰손' 고객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에 관해서는 '동물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부들이지만 신이 아닌 이상 그들의 예측이 1백%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PB업계 1,2위를 다투는 시중은행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L씨. 그는 '한국 부동산시장에는 버블(거품)이 잔뜩 끼어있고 거품이 꺼지면 조만간 부동산값은 급락할 것'이라고 믿는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때문에 L씨는 통상 보유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비율을 낮출 것을 고객들에게 권하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부동산쪽으로 자신의 영역을 특화한 K씨는 '부동산 불패론자'에 속한다. 그는 고객들이 강남권 중·소형 빌딩이나 토지에 대한 투자 여부를 물어오면 큰 하자가 없는 한 '매수' 의견을 내주고 있다. K씨는 "4백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의 물꼬를 터주는 획기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부동산시장은 언제든지 재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PB들은 "PB도 사람이고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만큼 그들이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투자의견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최종 선택을 내릴 때는 PB들의 개인적인 성향까지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좋을 것이라고 PB들은 충고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