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산 방지대책 시급하다..李根京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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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default)은 빚을 제때에 갚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지표가 부도율이다.
금융기관에서는 연체율이라 하고,보증기관에서는 사고율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도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다.
카드사의 경우 연체율이 12%에 이른다.
개인도산이 대부분이다.
기업의 경우를 보아도 도산율이 높아지고 있다.
부도율은 아직은 낮지만 부도업체수는 지난 4월에 5백개를 넘었다.
부도율은 어음결제가 기업구매자금대출로 대체된 이후 도산율의 적정한 지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기업대출연체율은 작년말 1.8%였는데,4월 들어서는 2.5% 수준으로 높아졌다.
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3.5% 수준에 달한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나 우량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도 연체율이 크게 높아졌다.
중소기업 도산의 보다 적정한 지표는 보증기관의 사고율이다.
사고율을 보면 4월 들어 한달동안 0.8%로 높아졌다.
과거 환란 이후 99년 3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연간 사고율로 보면 통상적으로 5% 수준인데,금년에는 10%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지표를 볼 때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산이 증가한 것은 내수 부진 탓이다.
가동률은 46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작년 매월 3조원 정도 나갔으나 금년 들어서는 매월 5조원 정도 나간다.
운영자금을 미리 확보해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를 제공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자금 변통이 안돼 그대로 도산의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
약 3백만개 중소기업 중 우량하거나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일부에 불과하다.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신용등급평가 대상이 못되거나,투자적격 이하의 상태에 있다.
그렇지만 이들 기업이 중요한 고용의 원천이며,그 중의 반은 성공해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을 이루게 된다.
중소기업은 약 1천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반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미래의 소중한 싹이다.
여기에 이들 기업을 도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장과 은행은 지나치게 위험회피적으로 변했다.
한 예로 은행의 기업대출 중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지난 1년반 사이 약 반으로 떨어져 지금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은 가계대출 부실 증가로 은행수지에 압박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이 기능을 제대로 못할 때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첫째,은행은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더 차별화해야 한다.
신용등급별로 도산율에 대한 경험치를 토대로 금리 차별화를 확대하면 은행수지에 대한 부담도 별로 없으면서,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금리 차별화는 2∼3%에 불과하다.
회사채시장에서는 이미 유통수익률이 발행기업의 도산위험에 따라 5% 이상 차이가 난다.
둘째,보증기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98∼99년 중소기업의 도산이 크게 증가했을 때 정부는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을 확대하여 보증규모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많은 중소기업이 살아남았고,그래서 99년 말∼2000년 성장회복에 밑거름이 되었다.
이번 추경에서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을 과감히 확대할 것을 주문한다.
셋째,보증기관은 보증료를 등급별 도산율에 맞춰 차별화해야 한다.
현재는 1% 내외에서 약간 차별화돼 있는 데 불과하다.
보증기관은 이제 공공성보다 상업성을 도입해야 할 때다.
그래야 보증을 확대하면서도 정부의 출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넷째,정부는 중소기업 정책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정책방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중소기업인이 많다.
홍보때문이라면 홍보를 더 해야 한다.
각종 중소기업지원시책을 재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회정책적 측면보다는 경제정책적 측면이 우선돼야 한다.
시장의 결함을 보완하되 경제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회견에서 국정중심을 경제안정,특히 서민생활안정에 두겠다고 다짐했다.
서민생활안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활동인구의 반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안정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