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경제에 대한 진단은 하나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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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및 장관을 지낸 경제원로들과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상황이 그만큼 위기국면에 처해 있음을 입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가혹할 정도다.
"경제가 가신 그룹과 전문가 그룹이란 투톱체제로 운용되고 있고 위원회도 너무 많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이승윤 전 부총리)는 지적에서부터 "외환위기의 원인이 시장실패였다면 이번 위기는 정부실패"(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라고 단언하는 경우도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과 리더십 결여,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정책 등이 이념논쟁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경제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들의 지적처럼 실제로 나라가 굴러가는 상황은 말이 아닐 정도다.
성장률이 추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산과 출하는 물론 소비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기업들도 본격적인 노사교섭 시즌을 앞두고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 파업 등에서 정부가 일방적 노조 손들기를 해줌으로써 노동계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져 과격분규로 치달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교단은 교육정보화체계를 둘러싸고 둘로 쪼개졌고 새만금 공사를 놓고도 양보없는 세싸움이 전개되는 등 집단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회복되고 기업투자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얻으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사회경제질서가 건전하게 유지되는 것이 근본적 조건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 원로 및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질서 회복과 명확한 책임체제 구축(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시장불안을 초래하는 정책 불투명성 해소(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일관된 정책논리를 갖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명확한 시스템을 갖추고 상실된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옥상옥처럼 늘린 각종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한편 경제에 관한 한 부총리가 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이익단체를 만나는 것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했는데도 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하거나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만 정책을 논의한다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경제 원로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