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서버나 스토리지(대용량 저장장치),소프트웨어를 비싼 돈을 들여 사지 말고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내세요.' 한국IBM과 한국HP 등 컴퓨터 메이저 회사가 하드웨어를 이용한 양에 따라 요금을 내는 '컴퓨터장비 이용 종량제'를 도입하고 있다. 전기나 수도 가스요금처럼 컴퓨터도 이젠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유틸리티 산업화되고 있다. 이같은 컴퓨팅 장비 유틸리티화는 불황기 경비절감을 위해 힘쓰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종량제 시스템의 등장=한국IBM은 메인프레임 서버가 주로 금융회사에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시스템 사용률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워크로드 사용요금제'를 적용해왔다. 한국IBM은 최근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새 메인프레임 서버 'z990(코드명 T-REX)'이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처리능력을 증감시킬 수 있는 '온·오프'기능을 갖추면서 완벽한 '종량제'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가령 CPU(중앙처리장치)가 20개짜리인 서버가 필요한 기업은 10개 CPU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서버를 구입한 뒤 그 이상 사용할 경우 추가 사용료를 내면 된다. 업무량이 폭주해 15개 CPU를 사용하게 되면 5개 CPU만큼 이용금액을 더 내면 된다. 업무량이 줄어들 때는 10개의 CPU만 사용하게 되므로 추가요금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종전에는 추가로 쓰이는 CPU를 켜는 기능만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서버 z990은 정상업무량으로 돌아왔을 때 추가로 썼던 CPU를 자동으로 끄는 기능을 갖춰 서버이용 종량제를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한국 IBM은 z990 출시를 기념해 시스템의 기본요금선을 초당 1천8백만 명령어를 처리하는 수준(18MIPS)으로 높였다. ◆증권사가 주요 타깃=한국HP도 유닉스나 리눅스 서버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가동시켜 고객의 사용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미국 본사로부터 들여와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꾸고 있다. 한국HP는 증권사를 주고객으로 잡고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요금을 더 내고 거래량이 줄어들면 기본요금만 내는 형태다. 한국HP는 컴퓨터 장비를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안서를 몇몇 증권사와 기업에 내놓았다. 조태원 한국HP C&I그룹 전무는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중 하드디스크 용량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가 많다"며 "앞으로는 서버나 스토리지는 물론 컴퓨터 단말기나 프린터까지 이용량 또는 이용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팅의 아웃소싱시대를 넘어 컴퓨팅의 유틸리티시대에 접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