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철강업계에는 업체간 부침이 심했다. 일부업체는 과잉투자로 부도를 내 법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몇몇 업체는 안정적인 경영으로 매출이 급신장했다. 동양강철 박도봉 사장(44)은 철강업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경영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열처리 전문기업 케이피티를 설립 7년만에 코스닥에 등록시켰다. 이어 10월에는 케이피티의 거래업체이자 국내 최대 알루미늄 압출업체인 동양강철을 전격 인수했다. 국내 M&A중개업체들은 이를두고 박 사장이 외국에서나 봄직한 대형 인수합병(M&A)을 터뜨렸다며 주목한다. 최근 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는 남선알미늄을 함께 인수하자고 제의했으나 박 사장은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다. 동양강철을 우선 재상장시키는게 그의 당면 목표다. 박 사장은 대전광역시 도심에 위치한 동양강철 3공장에 사무실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대리점 실적 현황표,자사와 경쟁업체의 대리점 위치도 등이 벽에 군데군데 붙어 있어 업무를 한눈에 파악하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였다. "지금 당장은 동양강철을 재상장시키는게 급선무입니다.아마 내년초에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양강철 매출은 1천2백억원으로 케이피티(매출 1백8억원)보다 10배나 크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이 완전히 이뤄진게 아니라고 했다. '상장 기업 사장'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전북 진안 출신인 박 사장은 평범한 가정의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은행원이 되기위해 상고(대전상고)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부모님을 설득,목원대 상업교육과에 들어가 상업과 경영을 공부했다. 부모님은 장남인 그가 교사가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업인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87년 결혼하고 곧 바로 아내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어요.당시 결혼 축의금 등으로 6백만원을 들고 왔는데 성수동에 반지하 전셋방을 겨우 얻을 수 있더군요." 당장 먹고 살일이 막막했던 박 사장은 일거리를 찾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영등포에 있는 중소기업 광덕열처리를 알게 됐다. 우선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작업반장을 찾아가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도움을 구했다. 그런데 작업반장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며 박대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박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예비군 군복으로 갈아입고 삼고초려 끝에 광덕열처리에 입사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당시 작업반장은 넥타이 맨 젊은이가 일자리를 달라고 하자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신입사원 박도봉은 밤에는 금속 열처리기술 관련 서적으로 독학하고 낮에는 나이 어린 공고출신의 직장 선배들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생활을 그렇게 시작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