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에 지분 인수 등의 방식으로 2천8백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주력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INI스틸도 현대카드 신규 주주로 나서고 현대캐피탈은 외자유치를 추진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이같은 내용의 금융사업 개편방안을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상정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그룹이 금융사에 대한 총력 지원에 나선 것은 6월말까지 발생할 현대카드의 부실을 모두 털어낸 뒤 'M카드'를 이용한 우량 회원 중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익원 다각화와 금융-자동차 고객의 유기적인 결합을 위해선 카드 부문의 지속적인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금 어떻게 배분되나 현대카드 증자는 일단 예정대로 1천8백억원 규모로 이뤄진다. 기아차와 INI스틸이 신규 참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나머지 1천억원은 각 계열사들이 현대캐피탈의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된다. 자본금이 6천9백60억원으로 불어나는 현대카드에는 기아차가 1천2백억원,INI스틸이 5백30억원을 신규 출자해 각각 17% 및 8% 상당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아차의 경우 현대카드에 대한 직접 출자로 8백억원,현대캐피탈이 갖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하는 데 4백억원을 각각 투입하고 INI스틸도 3백30억원과 2백억원의 비율로 지분을 사들인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현대카드 지분 매각을 통해 기아차와 INI스틸 등으로부터 1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증자하면 괜찮나 현대차가 사실상 주력 계열사들을 총동원해 금융사 지원에 나선 이유는 6월말 실적을 기준으로 시행되는 적기시정 조치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추가 증자를 통해 자기조정자본비율을 적기시정조치 기준선인 8%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유동성 문제도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대주주인 현대차가 추가 지원을 통해 금융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줌에 따라 현대카드의 자금 사정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증자는 최근 불거진 현대카드 매각설을 잠재우는 데도 한몫 할 전망이다. 현대카드는 추가 증자 외에 하반기 자구계획도 마련했다. 우선 신규차입 및 부실채권 매각,채권만기 연장 등으로 2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하반기 1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도 준비 중이다. ◆향후 전략 현대차는 장차 캐피탈·카드를 묶어 금융 소그룹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그룹 순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는 금융자회사 GMAC처럼 현대차 그룹의 '캐시 카우'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포드의 경우 지난 1·4분기 금융부문 경상이익률이 무려 10%에 달해 2.3% 수준에 그친 완성차 부문 수익률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의욕적으로 시작한 카드 사업이 가계신용 부실이라는 악재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제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현대캐피탈에 외자를 유치,금융부문의 지주회사로 육성함으로써 자동차 소매금융뿐만 아니라 기업금융 분야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조일훈·최철규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