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목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에 1억원을 넣어봐야 매달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고작 3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10일 고객들의 이런 고민에 해답을 주는 재테크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는 외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 1백여명이 초청됐다. 초청된 사람들은 최소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다. 강연장을 꽉메운 거액 고객들은 '해외채권펀드는 리스크가 크지 않은지' '역세권 빌딩을 언제 팔아야 할지' 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목돈운용 전략에 커다란 관심을 나타냈다. ◆ 부동산에 대한 관심 여전 외환은행은 이번 강연회를 위해 이문숙 LMS컨설팅 사장과 최만연 슈로더투신운용 이사를 연사로 초청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이 사장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 발표 이후 시장전망'을 발표하면서 당분간 아파트값이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지역별·평형별로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단순히 통계만 보면 강남ㆍ북간 국지적인 가격동향을 포착하기 어렵다"면서 "강남권의 신규 재건축 물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3∼4년 후엔 이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들어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에는 일본과 달리 전세제도가 활성화돼 있어 부동산 가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장은 전체 부동산 자산중 △40%는 임대형 부동산에 △30%는 소형 아파트 등 환금성 자산에 △나머지는 토지에 묻어둘 것을 조언했다. 최 이사는 저금리시대 유력한 투자상품으로 '해외채권펀드'를 소개했다. 특히 폴란드 헝가리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채권펀드의 경우 연 수익률이 10% 이상 나오는 반면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작다고 강조했다. ◆ 거액자산가들로 강연장 꽉차 강연장은 재테크 강연을 듣기 위해 방문한 '부자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백여개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자리가 모자라 보조의자가 급히 동원됐다. 외환은행은 강연장 밖에 프라이빗뱅커 5∼6명을 배치, 고객들의 개별상담을 유도했다. 강연 중간에 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1대1 재테크 상담을 해주거나 즉석에서 향후 상담약속을 잡았다. 한 프라이빗뱅커는 "일반적으로 거액 자산가들의 최대 관심은 상속 증여 등 세금문제"라며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니 구체적인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김희철 PB본부 부장은 "PB 고객들을 음악회 등에 초청하면 참석률이 70∼80%에 그치는게 보통"이라며 "재테크 강연이 딱딱한데도 초청 고객들이 거의 1백% 참석한 것을 보면 재테크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