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park@kgsm.kaist.ac.kr 짧은 해외 출장의 빠듯한 일정 중에 좋은 음악을 들을 기회를 갖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지난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들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이 그런 예인데,오랜만에 깊은 산속의 석간수를 마신 듯 머릿속이 맑아지는 청량감을 만끽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던 내가 이 정도라도 음악을 즐기게 된 것은 고교시절 브라스 밴드 활동을 한 덕이다. 오케스트라의 첼로 파트를 맡는 유포니움이라는 악기를 불었는데,이 악기는 이름 그대로 전체 음을 감싸듯 화음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했지만 내가 브라스 밴드에서 배운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악기는 정직한 도구여서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혹시 내가 솔로로 해야 하는 카덴차라도 나오면 긴장은 극에 달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어려웠던 것은 어느 정도 악기에 익숙해지고 자신이 붙은 후에 드는 겉멋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혼자 아무리 잘 불어도 겉멋이 들면 전체적인 조화를 해치게 마련이다. 우리 고유의 사물놀이에서 신명을 내며 전체 가락을 리드하는 것은 꽹과리를 치는 상쇠다. 그에 따라 흥이 사느냐 죽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나이에 관계없이 깍듯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만약 그가 자기 가락에 취해 전체적인 조화를 깨뜨린다면 그는 상쇠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경영철학자 찰스 핸디나 피터 드러커 같은 대가들은 지식시대의 미래 경영은 오케스트라식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정신을 따르기 위해 어느 CEO는 자기 방에 오케스트라 사진을 붙여 놓기도 한다지만,오케스트라식 경영을 단순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화합케 하는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오케스트라가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자가 훌륭한 개인 음을 내야 하고 동시에 다른 음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나를 표현해야 한다. 기업 경영으로 말하자면 철저한 권한이양(empowerment)과 함께 나 보다는 전체를 생각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엄청난 노력과 함께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전체와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오케스트라식 경영은 예술적 경지의 경영이다. 예술에서와 같이 아름다움의 뒤에는 엄청난 양의 땀과 자기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