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부동산은 '不動'해야..姜萬洙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온 나라가 부동산투기로 들끓던 1978년,'부동산 투기억제 및 지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8ㆍ8조치)이 있었다.
토지거래허가제,도시계획지역에 대한 기준지가 고시,공인중개사제도,부동산거래용 인감증명제도,미등기전매에 대한 1백% 양도소득세 부과,비업무용토지에 대한 공한지세 부과,토지개발공사 설립 등이 포함된 최초의 종합적인 부동산정책이었다.
당시 서울의 강남 말죽거리에 배추밭 하나 가진 사람이 벼락부자가 되고,개포동은 '개도 포니를 타는 동네'로 불리기도 했다.
'8ㆍ8조치'는 미국 독일 일본의 부동산정책을 참고한 것이다.
투기가 일본열도를 달아 올려 '후지산 꼭대기도 오른다'던 일본을 특히 참고해 세운 세 가지 원칙을 기초로 했다.
첫째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즉 땅은 실수요자가 가진다.
둘째 '회전의 최소화' 즉 투기적 거래는 전면 억제한다.
셋째 '제도적 실수요 공급', 즉 토지와 주택은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실수요자에게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투기가 일어 '부동산이 동(動)하면' 저축의욕 상실,근로의욕 상실,대외경쟁력의 약화 등 만병의 근원이 된다.
투기적 거래는 억제해 가능한 한 '부동산은 부동(不動)하게'해야 하는 것이다.
'점(點)에서 점으로' 변동하는 동산과 달리,부동산은 어떤 땅값이 오르면 일대의 모든 땅이 함께 올라 '점에서 면(面)으로' 번진다.
서울의 말죽거리에서 오른 땅값이 수도권으로,전국으로 번졌다.
부동산투기는 철저히 전면적으로 억제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동산가격이 오른 만큼 노동자와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토지와 주택의 투기ㆍ투자 목적의 보유자에게 불로소득으로 넘어가고 대외경쟁력은 떨어진다.
높은 주택가격은 생산성과 관계없이 임금인상의 요인이 되고, 임금과 땅값이 높으면 기업의 대외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은 어려워진다.
기업에 명목적 고임금이 노동자에게 실질적 저임금이 되는 '고임금 속의 저임금 함정'에 빠진다.
'8ㆍ8조치'는 그 후 흐지부지된 것도 있고,경기의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폐기된 것도 있다.
지금 토지거래허가제는 유명무실하고,투기에 대한 규제는 풀리고,양도소득세 과세도 완화됐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근로자주택과 기업용지의 제도적인 창구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주문제도'는 투기꾼에 밀렸고, 공인중개사가 무시로 땅 사라고 전화하거나,'떴다방'까지 차려 투기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미녀 모델까지 등장시켜 투자(?)를 권유하는 광고가 대문짝만 하게 실린다.
일관성 없는 정책의 틈새를 비집고 투기는 주기적으로 재연됐고,주택보급률이 1백%에 달했다고 하지만 아파트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멀어져만 간다.
지금 부동산가격은 경쟁국에 비해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너무 높다.
한때 GDP의 10배까지 치솟았던 지가총액이 최근에는 4배 정도로 내렸지만,GDP와 1대1 수준인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너무 높다.
세계에 유례없이 전체 도시용지와 맞먹는 국토의 5.4%인 5천3백97㎢를 그린벨트로 묶은 것이 큰 몫을 차지하고,기업용지를 묶어놓은 수도권정책이 부채질한다.
지가가 70%정도 떨어진 일본과,무상에 가깝게 기업용지를 제공하는 중국을 생각하면 높은 부동산가격으로 우리경제의 지탱은 불가능하고,언젠가 거품은 꺼지고 말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파트투기가 잇따른 억제대책으로 진정기미를 보인다니 다행이다.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재산세의 중과도 거론되고 있는데,집 한채 가진 사람은 올라야 깔고 앉아 있을 뿐이다.
소수의 투기나 투자 목적의 부동산 소유자를 먼저 중과하는 것이 순서다.
좁은 국토를 생각해서 부동산이 투기적으로 '동(動)'하지 않게 하고,실수요자에게 주택과 기업용지를 제도적으로 공급하는 장기적인 부동산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농가인구가 10% 미만인 지금 좁은 의미의 '경자유전'의 원칙을 넘어,노동자에게 주거를 보장하는 '노자유가(勞者有家)'의 원칙,기업인에게 기업용지를 확보해주는 '업자유지(業者有地)'의 원칙으로 확대돼야 한다.
지금은 흐지부지된 '8ㆍ8조치'가 아쉽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