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도 본섬과 가조도를 연결하는 연륙교가 완공될 경우 설계 잘못으로 교량과 인근 조선소의 경사면 독에서 진수하는 선박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가조도 연륙교는 현 공정상태에서는 설계변경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조선소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1일 거제시에 따르면 사등면 성포와 가조도를 잇는 연륙교가 완공되면 성포쪽 교량 오른쪽에 위치한 ㈜녹봉조선소의 2개 슬립웨이(SLIP WAY)방식의 경사면 독 가운데 서쪽 독에서 건조하는 선박의 진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자체 조사결과 드러났다. 1만t급 안팎의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운반선을 주로 제작하는 이 조선소의 선박진수는 물속에 설치된 150여m의 경사면을 따라 선박을 내려보내 수면에 뜨게 하는 슬립웨이 방식으로 정상적인 진수를 위해서는 건조대위의 선박후미에서 최소 400m, 최대 700m의 여유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설계대로 연륙교가 건설되면 건조 선박의 크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진수직전의 선박후미에서 교량까지 거리가 300-350m에 불과해 선박이 교량과 부딪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면 분석결과 진수선박이 교각 9개 가운데 성포쪽에서 3, 4번 교각과 충돌하고 1만t급 이상 선박의 경우 교량 상판과도 거의 직각으로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소측은 1만t급 선박은 높이가 35-40m로 교량의 평균 높이 20m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는 지난 99년 5월 연륙교의 기본설계 당시 설계를 맡은 Y사와 C사가 현장점검을 게을리 해 교량 인근에 이 조선소 슬립웨이 진수방식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발주처인 거제시는 실시설계가 완료된 2001년 6월 이전까지 모두 3-4차례의 공청회 및 설명회를 열었지만 조선소측에 이를 알리지 않아 조선소측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소측은 지난해 10월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이 교각이 들어서는 지점에서 수중작업을 하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발주처인 거제시에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거제시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교각 '우물통' 설치작업이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4천500t급 수주선박건조를 시작으로 이후 수주잔량 4척의 선박건조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소측은 서쪽 독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연간 매출액 400억원의 절반인 2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교각 '우물통'제작을 끝냈고 주변 여건상 교량의 위치를 바꿀 수도 없는 처지여서 현 단계에서는 설계변경이 불가능하다"며 "조선소측과 협의를 통해 독 위치를 바꾸는 등의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선소 관계자는 "행정의 어이없는 잘못으로 건실한 중.소조선소의 매출 절반이한 순간에 날아가게 됐다"며 "거제시 등 발주측에서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법원에 공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길이 680m, 너비 13m 왕복 2차선의 가조도 연륙교는 거제시가 2001년 12월495억원의 예산으로 공사에 들어가 현재 자본투입 기준 1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05년 완공예정이다. (거제=연합뉴스) 이종민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