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이미지로 대권을 거머쥐는데 성공한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취임 직전 발표한 신정부 각료명단을 통해 '우향우'를 예고했다. 정부 경제각료의 핵심인 재무 산업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직 등에 모두 현실적 감각을 지닌 시장친화적 인물을 포진시켰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팔로시 재무장관(43)은 좌파정권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장 먼저 불식시킨 룰라의 '1등공신'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룰라 당선자와 함께 뉴욕 월가를 방문, "룰라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내과의사 출신인 그는 1980년 룰라와 함께 노동자당을 창설한 룰라의 오른팔로서 대선 직후 정권인수위원으로 활약했다. 당내 최대 브레인이자 중도파로 꼽히는 그의 정책은 '시장친화'와 '긴축재정을 통한 경제재건'으로 요약된다. 최근에는 '룰라가 개혁을 포기했다'는 국내 비판에 맞서 "발전은 지속가능한 경제안정을 전제로 한다"는 논리로 룰라와 자신의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엔리케 데 캄포스 메이렐레스 중앙은행 총재(57)는 월가에 잘 알려진 금융인 출신이다. 그는 84년 다국적 금융계열인 브라질 보스턴은행장을 맡아 10년 만에 자산을 30배로 키운 '스타 금융인'으로, 96년에는 보스턴은행 사상 첫 외국인 출신 총재에 오르기도 했다. 룰라가 반대당인 사회민주당원인 그를 당적을 불문하고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한 것은 그의 탁월한 실력과 현실적인 통화정책관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살인적 인플레 진정대책으로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 현재 연 26.5%의 초고금리를 통해 일정정도 인플레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룰라도 그를 전폭 신임, 금리정책에 관한 전권을 맡기고 있다. 루이스 페르난도 푸를란 산업장관(56)은 브라질 최대 닭고기 생산 수출기업인 사디아(Sadia) 회장과 최대 경제단체인 상파울루공업연맹 부회장,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브라질 대표를 역임한 대표적 재계인사다. 무소속 정파인 푸를란 장관의 기용은 전적으로 국제통상 강화라는 룰라의 의중에 따른 것이다. 그는 신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함으로써 룰라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든 자크스 바그네르 노동장관(54)은 친노조였던 룰라의 노동정책을 실용주의적 노선으로 방향을 트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93년부터 노동자당 사무차장을 지낸 그는 친노조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노동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나 노조의 책임을 강조하는 개혁 노력이 없이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