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대규모 LCD투자계획을 발표했다. 5세대 투자에서부터 승기를 잡은 국내 업체들은 대만과 일본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한발 앞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세계 LCD시장에서의 주도권 싸움은 한국 일본 대만간 경쟁이 아니라 이제는 삼성과 LG,두 회사의 맞대결로 점차 양상이 바뀌어가는 추세다. 삼성과 LG의 대규모 투자경쟁으로 일본과 유럽 등지의 장비재료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는 등 한국은 세계 LCD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투자경쟁=삼성전자는 오는 2010년까지 20조원을 충남 아산군 탕정읍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7세대 라인당 4조원과 발전·용수설비 등을 감안한 금액이다. 이에앞서 LG필립스LCD는 기존 구미공장에 6세대 라인을 건설한뒤 경기도 파주 50만평 부지에 1백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2005년부터 7세대 혹은 8세대 라인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대형LCD시장의 1,2위를 다투는 두 회사는 올 연말로 예정된 5세대 양산라인의 가동에 앞서 벌써부터 6세대와 7세대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잇따른 투자계획 발표는 이제서야 5세대 라인에 투자를 하고 있는 대만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대만업체들은 범용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지난해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했다. 37%의 한국에 바짝 따라붙었다. 대만의 경우 대표적 LCD메이커인 AU옵트로닉스가 5세대 라인의 가동을 이제 시작하는등 5세대 투자에서 한국업체들에 1년 이상 뒤져 있다. 대만의 AU옵트로닉스와 CPT는 2006년 6세대 라인을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치메이도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삼성과 LG가 한발 앞서 6세대와 7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에 들어감에 따라 원가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되는 대만의 후발업체들은 퇴출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업체는 대부분 대형 투자를 포기한 상태다. 그러나 샤프는 경계 대상이다. 이 회사는 국내업체보다 앞서 2004년초 6세대 라인(1천5백?1천8백mm)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체간 1위 경쟁=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투자에는 자존심을 건 1위 경쟁도 한몫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1위업체로서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는 지난해 5세대 양산라인 가동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시작함으로써 4·4분기부터 삼성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LG는 6세대 라인에서 30인치대 TV용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적으로 조기에 양산이 가능한 6세대를 선택,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5세대 양산에서 초기 차질을 빚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삼성전자는 6세대를 건너뛰고 7세대에 도전함으로써 확실한 1위로 복귀한다는 전략이다. 라인이 가동되는 2005년께에는 40인치급 TV가 주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7세대 라인을 선택했다. 6세대에 비해 7세대 라인은 생산성이 2배나 높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LG는 6세대 라인에서 30인치대 제품을,삼성은 7세대라인에서 40인치대 제품을 각각 주력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두 회사 중 어느 쪽의 전략이 주효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