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에 울리는 '부활 찬가'..주인 세번 바뀐 STX조선 최대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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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이 11일 HSBC에 지분 15%를 매각,4백억원의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내달 중순에는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수주목표액 8억9천만달러는 이미 지난달 초과 달성했다.
수주잔량만 58척.
금액으로는 2조원이 넘는다.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STX조선이 급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10월.
STX(주)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67년 동양조선공업으로 출발한 뒤 대동조선->세양선박->수산중공업에 이어 네번째 주인을 맞이하는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이다.
진해시 원포만을 끼고 들어선 19만평 규모의 STX조선 진해조선소.
거제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곳은 세계 각지에서 온 선주사 직원들이 첫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작업장 좌우편은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안고 원포만 앞바다는 그림 같은 섬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 섬들은 STX조선을 태풍의 피해로부터 막아주는 천연의 요새이기도 하다.
STX조선은 지금 비좁은 도크와 야드(yard)를 넓히기 위한 작업장 레이아웃(lay-out)을 서두르고 있다.
4백50t 크레인을 추가로 설치하는 작업장 한 편에는 악천후에도 실내작업이 가능하도록 작업장 지붕씌우기 공사가 한창이다.
19만평의 작업장은 원자재와 반제품으로 가득 차 있고 사무동 바로 앞까지 철골구조물이 쌓여 있다.
"지금까지 설비 효율화에만 1천3백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한 개밖에 없는 길이 3백20m의 도크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김만식 관리본부장)
STX조선의 수주잔량은 58척.
금액으로 2조1천6백억원에 달한다.
연간 20척을 건조할 수 있는 진해조선소의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더라도 2005년까지 작업 일정이 꽉 찬 셈이다.
선주사에 선박을 인도하는 날짜를 맞추려면 내년에 22척,2005년에는 24척을 건조해야 한다.
STX조선의 생산성은 1개밖에 없는 도크에서 최고로 발휘된다.
도크 안에서는 3척의 배가 동시에 조립되고 있다.
통상 도크 공정에만 3개월이 소요되지만 STX조선은 절반인 45일로 잡혀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2천1백명 직원의 한 달 평균 작업시간은 3백시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0시간씩 일하고 있다.
야간작업이 불가능한 작업여건을 감안하면 가동률이 1백%를 넘는다.
STX조선의 부활은 2001년 10월 대동조선을 STX㈜가 인수하면서 새 CEO로 선임된 강덕수 사장의 '종업원 만족경영'에서 시작됐다.
강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 일은 사원식당을 새로 지은 일.
세 번씩이나 주인이 바뀌면서 패배감에 젖어 있던 직원들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회사 주식 1백50만주를 회사 지원으로 종업원에게 배정했으며 특별 성과급도 지급했다.
회사 이미지도 크게 개선돼 지난달 학사장교 출신 경력직 30명을 채용할 때는 1천명이 넘게 지원했을 정도다.
STX조선은 11일 외자유치를 통해 HSBC라는 해외 금융기관을 2대 주주로 둔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변모했다.
현재 상장 예비심사 중이어서 최대주주 지분변동이 불가능하지만 STX조선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예외 규정을 적용받아 외자유치에 성공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사업의 장래성을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우증권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미포조선 주가 수준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주당 1만3천원의 매각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STX조선의 2005년 목표는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올라서는 것.
이를 위해 주력제품인 PC선(석유제품 운반선) 외에 LPG선 컨테이너선 자동차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비정 등 특수선을 생산하기 위해 방산업체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강 사장은 "단기간에 STX조선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사원의 마음이 안정돼야 품질과 생산성이 개선돼 고객이 만족하게 된다는 종업원 만족경영을 실천한 데 있다"고 말했다.
진해=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