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면서 가전제품 시장에서 중간가격대 상품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아예 비싸거나 아주 싸면 그런대로 팔리지만 중간가격대 상품은 좀체 팔리지 않는다. 중간가격대 가전제품 매출은 올해 들어 급격히 감소했다. 2백50여개 직영점을 두고 있는 하이마트의 경우 이같은 경향이 뚜렷하다. 5월 가전제품 판매실적을 보면 5백만∼1천2백만원대 PDP TV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1백30% 증가했다. 29인치 이하 저가 제품들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팔려 나갔다. 반면 1백만∼2백만원으로 중간 가격대에 속하는 29인치 이상 HD급 평면 브라운관 TV 매출은 지난해 5월에 비해 20% 정도 감소했다. 냉장고도 중간가격대 판매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고급형 제품으로 분류되는 양문형 냉장고(1백50만∼2백50만원)와 4백ℓ급 이하 저가 제품(70만원 이하)은 매출이 지난해 5월에 비해 각각 41%와 10% 늘었다. 하지만 5백ℓ 이상 일반형 냉장고(70만∼90만원)는 매출이 40%나 떨어졌다. 전자양판점 2위 업체인 전자랜드21도 중간가격대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예로 전자랜드21의 5월 에어컨 판매자료를 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스탠드 에어컨(15평형 이상)의 매출이 지난해 5월에 비해 15% 늘어났다. 행사용으로 30∼50% 싸게 내놓은 이월상품들은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렸다. 하지만 10평 이하 제품이 주력인 룸형 에어컨 매출은 10%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자제품 가격 양극화에 대해 경기에 민감한 중산층의 소비가 둔화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산층의 경우 불황기에는 고가 전자제품 구매를 미룬다는 것. 그러다보니 중산층이 선호하는 중간가격대 제품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전자양판업계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함에 따라 상품 구색을 고가형과 저가형 위주로 바꾸고 있다. 전자제품 유통센터인 테크노마트에서 혼수 가전매장을 운영하는 대명가전의 권도영 부장(34)은 "중간가격대로 분류되는 혼수품 매출이 20% 정도 떨어졌다"며 "중간가격대 제품을 줄이고 대신 고급 제품을 진열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