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출용도가 정해져 있는 교통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등 목적세의 폐지 여부를 놓고 정부 부처간 논쟁이 뜨겁다. 세제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재정의 운신폭을 넓히기 위해 목적세는 본세에 통합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목적세 수혜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농림부 교육부 등은 "특정 사업에 대한 배려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존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통세 등 목적세 과세 시한이 다가오면서 관련 부처들은 시한 연장을 위한 물밑 작업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교통세는 올 연말, 농특세는 내년 6월이 과세시한이다. 교육세는 보통세와 똑같은 영구세로 돼있다. ◆ 재정 효율 논란 교통세 등 세 가지의 목적세는 특정 사업 목적을 위해 아예 용도를 정해 놓고 걷는 세금이다. 지난해 모두 15조5천억원(국세의 6.7%)이 걷혔는데 이 돈은 실업대책이나 구조조정 등 아무리 급한 사용처가 새로 생겨도 빼내 쓸 수 없다. 각각 △농어촌 구조개선 △교육시설 확충 △교원복지 향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정해진 사업에만 써야 한다. 다른 세금과 달리 목적세는 바로 특정 사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예산 배정 때도 심사 과정이 생략된다. 권오성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목적세는 '칸막이' 재정운영을 초래해 국가 재정정책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며 "예산 심사과정이 없어 방만하게 쓰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투자확충 등 위해 연장 필요' 건교부는 올해 말이 과세 시한인 교통세 연장을 재경부가 반대할 경우 의원 입법을 통해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건교부는 최근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과 안정적인 SOC 투자를 위해선 교통세 존치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재경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도 내년 6월 말로 끝나는 농특세 과세 기한을 10년 연장키로 하고 관련법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농림부는 "도하개발 아젠다(DDA)농업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농특세 추가 징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 '심의절차 거쳐 배정돼야 한다' 재경부는 지난 98년부터 가칭 '조세체계 간소화 법안'을 마련,목적세를 폐지하고 이를 본세에 통합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관련 부처간 마찰 등으로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농민 단체와 교총 등 이익집단까지 실력 행사를 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목적세가 폐지돼도 농촌지원, 교통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는 예산 배정을 통해 계속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특정 사업으로 '직행'하던 돈이 까다로운 예산 심의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점만 바뀐다는 것. 바로 이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관련 부처가 목적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는게 재경부 주장이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팀장은 "쓰기 편한 '돈주머니'를 놓지 않으려는 발상에서 목적세를 존속시키려 해서는 곤란하다"며 "경기 변동에 따른 재정의 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해 목적세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