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12.4% 기준금리 26.5% 경제성장률 2% 평균임금하락률 7.7%" 현 브라질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수치들이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는 대통령 취임 이후 5개월만에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확보,브라질을 부도위기에서 구했다. 금융시장도 급속히 안정시켰다. 그러나 초긴축정책으로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실업률은 치솟는 등 그의 지지층인 서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악화됐다. 그가 좌파경제를 버리고 현실주의적 친시장정책을 도입한 결과였다. 그는 지지층의 비판이 강해지자 "고통분담을 통한 국민 대통합"을 요구하며 "예수님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왜 우리는 국가를 위해 조그만 희생도 원치 않는가"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최근들어 브라질 경제는 인플레가 둔화되는 등 안정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룰라대통령도 11일 지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확을 거둘때가 됐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다. 룰라 대통령은 노조계급으로 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지만 집권 초기까지만해도 "급진 좌파"라는 딱지 때문에 민간기업이나 보수우익층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보수세력이 룰라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계기는 그가 예상을 깨고 집권 초기부터 국제 금융계의 신뢰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개혁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긴축정책과 고금리로 기업 활동이 저하되고 실업률이 높아져 최대 피해자로 전락한 노동자들로 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그는 정책을 유지했다. 최근에는 국제 무대에서도 대표적인 우파 시장주의자인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중남미 위상 제고라는 단일 목표 아래 잇따라 공동전선을 펼치며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KOTRA 황기성 상파울로 차장은 "긴축 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고 있지만 노조 활동은 페르난도 정부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조가 파업을 추진하기 보다 경영진과 협상을 통해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소속 정당인 노동당 급진세력이 "당의 전통을 져버렸다"고 비난하는 가운데서도 공무원 연금 제도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 희생하는 것은 노동자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초기에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꼈던 일부 노조 지도자들도 대통령이 "실업자 생활을 오래 하다 첫 직장을 잡으면 그 동안 진 빚 부터 갚아야한다"며 "고통 분담"을 호소하자 결국 다시 대통령편으로 돌아섰다. 현재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70%대에 이른다. 과제 룰라 대통령은 2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줄이고 8.4%에 달한 물가상승률을 과감히 낮춰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따라서 모든 계층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룰라 정부는 취임 후 두 차례에 걸쳐 중앙은행 콜금리를 25%에서 26.5%로 높였다. 부통령마저 이를 "살인적이고 초현실적인 금리 수준"이라고 대통령을 비난했을 정도로 기업과 서민 모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는 공무원 연금제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공무원의 정년을 늘리고 세금 혜택을 줄이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속당인 집권노동당과 공무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2만여명의 공무원이 가두시위에 나섰다. 룰라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래 처음 맞는 대규모 시위다. 연금 제도 개혁을 포기할 경우 지금까지 룰라 대통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온 해외 투자가들이 실망할 것이고 강행하면 기득권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룰라 대통령이 난맥을 어떻게 뚫어나갈지 주목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