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투자확대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재계 움직임에 관계없이 출자총액제한 등 현행 재벌정책을 최소 3년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며 강력 반발, 정부와 재계 사이에 다시 냉기류가 흐르고 있어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저녁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경련회장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올 3ㆍ4분기까지 현행 재벌정책의 방향을 확정짓고 이를 3년간 시행한 뒤 그때 가서 결과를 평가해 재점검하겠다"고 말해 현행 대기업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강 위원장은 또 "경제가 어려울 때 꼭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기 하강기에 구조조정을 착실히 해야 성장국면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로서는 일관되게 필요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잘라 말했다. 강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ㆍ방일 성과를 경기 상승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외자유치를 확대하고 정부정책에 호응, 투자를 늘리려는 재계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재계는 투자 확대를 추진하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철폐를 요구해 왔다.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기업의 조직형태 등은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대기업정책을 일정한 시한을 정해 두고 계속 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 부회장은 "정부는 기업의 형태를 규제할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이 나름의 기업형태를 갖고 있는 것처럼 경제상황에 따른 최적의 형태를 가질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그룹 회장은 "정부의 방침은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