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황으로 '두피族'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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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미국에는 도시에 사는 침울한 전문가들(depressed urban professionals)을 뜻하는 '두피(Duppies)족'이 급속히 늘고 있다.
CNN머니는 13일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부득이 파트타임에 종사하는 이른바 '불완전 취업자(underemployed)'들이 새로운 생활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두피족은 과거 10만달러 이상 높은 연봉으로 윤택한 삶을 살았으나,이제는 시간당 7∼10달러씩 주는 임시직에서 일하며 경제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부류다.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직활동에서도 목표 수준을 한 단계 낮춰 가능하면 직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예를 들어,전 회사에서 공장장으로 일했던 사람은 공장 매니저급으로 재취업을 시도한다.
이전 경험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전문분야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국방연구소 등에서 최첨단 기술자로 각광받던 사람들도 이제는 백화점 영업이나 레스토랑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돈 벌기에 여념이 없다.
과거 자신들이 저축해 놓은 재산을 현명하게 굴리고 있다는 점은 두피족의 또 다른 특징이다.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좀 더 나은 시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두피족 중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사람은 아예 창업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과거 풍족했던 삶을 살았던 두피족들이 무조건 '가난에 찌든'생활방식만을 좇는 것은 아니다.
값 비싼 음식점에 간다거나 명품 구입은 최소화하는 대신 △친구 만나기 △애완동물 기르기 △영화 보기 △학원 수강 등 적극적인 취미 활동을 통해 불안전한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직업알선 업체인 첼린저의 존 첼린저 대표는 노동부 통계를 인용,"실업난이 가중되면서 지난 5월 말 현재 전체 실직자 8백70만명 중 절반이 넘는 4백80만명이 원래 받던 임금을 포기한채 '저(低)임금 임시직'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