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長考 끝에 惡手 둘라' .. 주가 계속 올라 버티기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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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가면서 관망세를 지속했던 기관투자가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계속 버티자니 저가매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두렵고,추격매수하자니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기관들은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까.
증권업계는 최대 기관투자가인 투신권의 현금여유가 크지 않은 만큼 기관의 매수세 전환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정순호 한국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주가가 700을 넘어서야 개인 및 금융회사 자금이 투신권으로 이동하고 그 이후 투신권의 후속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탄이 떨어진 투신사
투신사의 주식형펀드(뮤추얼펀드 포함) 잔고는 지난 11일 현재 11조8천6백억원이다.
지난 3월 말 수준이다.
그때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25% 정도 상승했다.
주가 상승에 따른 펀드의 순자산가치 증대를 고려하면 실질 수탁고는 감소한 셈이다.
주가 상승으로 주식형펀드가 원금을 회복하자 고객들이 돈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기존 펀드에서의 주식매입 여력도 바닥이 났다.
삼성투신 한국투신 미래에셋 등 주요 투신사의 주식편입비율은 85∼95%에 이른다.
정순호 본부장은 "새 돈이 들어오기 전에는 신규 매수에 나서기 힘들며 기껏해야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로 교체매매하는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영권 제일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시가비중 1위 종목인 삼성전자도 편입비율이 넘어서 제대로 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에 베팅하는 기관
은행 보험 연기금 등 자금 여유가 있는 기관들은 '연 3%짜리 국고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관의 자산운용책임자들은 '주식=위험'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흥섭 교보생명 주식운용팀 차장은 "최근 2개월간 주식을 2백억원어치 매수했지만 주식비중은 크게 늘릴 형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석달간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자 일부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은 투신사 및 자문사에 맡겼던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의 주식투자 비중이 낮다는 사실이다.
주가 상승시엔 기관의 매도압력이 그만큼 낮아진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작년 말과 3월결산에 대비해 기관들이 주식비중을 대폭 줄였다"면서 "최근 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오르는 것도 기관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기관,또 막차 탈까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은 "관망세를 보이던 기관이 나중에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9·11테러'이후 외국인 매수세로 종합주가지수가 500에서 900까지 오를 때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은 지수 800대 후반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지금처럼 외국인 주도장세에서 '소외'되고 있는 기관들이 지수가 일정 수준을 돌파하면 인내력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한꺼번에 '사자'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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