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지역의 '사스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피해가 극심했던 중국도 7월께면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리란 전망이다. 여행 심리도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 가장 많은 여행자를 내보내는 하나투어의 6월출발 패키지상품 예약자수는 지난 주말 현재 1만여명. 지난해 6월 실적의 70%선에 육박한다. 이중 동남아지역 상품 예약자는 4천3백여명. 5월보다 3배나 늘었다. 태국이 단연 돋보인다. 동남아지역 상품 예약자의 절반이 넘는 2천6백명으로 4,5월에 비해 8배나 치솟았다. 사스태풍이 가볍게 비켜간데다 저가상품이 쏟아졌기 때문. 곧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인이 세번째로 많이 찾는 여행지. 한국인의 구미에 맞는 먹거리와 즐길거리에, 아직 사람의 손때를 덜 탄 천혜의 휴양지가 곳곳에 숨어 있어 여행심리를 자극하는 곳이다. 방콕, 파타야, 푸켓과 사무이 섬은 기본관광코스. 최근엔 크라비가 고품격 여행지로 부각되고 있다. 크라비는 방콕에서 남쪽으로 8백km, 푸켓 동쪽 바다 건너 1백80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해안 휴양지. '육지의 고도(孤島)'로 불릴 정도의 깨끗한 자연경관이 자랑이다. 칼날 같은 석회암 절벽, 그 아래 시원스레 펼쳐진 산호해변과 코발트빛 바다가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 고즈넉한 해안마을 정취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여느 관광지 처럼 사람에 부대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 둘만의 달콤한 허니문이나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크라비여행은 해변즐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라난해변, 라일레이해변, 나파라트타라해변 등 연이어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눈길을 끈다. 특히 프라난해변에서는 크라비의 독특한 지형을 대변하는 석회암지대와 동굴을 볼 수 있다. 앞 바다에는 섬의 그림자가 닭 처럼 보여 치킨섬으로 불리는 섬이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리조트 자체도 자연경관과 잘 어울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크라비공항에서 15분 거리의 중심가에 있는 매리타임파크&스파리조트는 호수와 강,열대정원에 둘러싸인 자연친화적 호텔리조트. 종업원들의 환대를 몸으로 느낄수 있는 곳이다. 피말라이리조트&스파는 크라비 동남쪽 란타야이섬에 위치해 있다. 12만평 규모의 열대림 속에 숨어 있다. 1km에 달하는 전용해변과 함께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조성된 수영장 또한 으뜸으로 친다.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순수' '처녀'란 뜻의 꽃이름을 딴 리조트 이름대로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라야바디 프리미어 리조트도 한폭의 그림 같다. 석회암 절벽과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야자나무숲이 열대 먼나라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리조트단지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바깥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아 은밀하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갑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들 고급 리조트에서의 스파체험을 빼놓을수 없다. 독립 별장형 형태의 파빌리온 안에 마련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안다만해의 석양을 감상하며 즐기는 태국 전통 마사지와 스파는 맛사지는 마음의 피로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크라비는 배를 타고 인근 섬구경을 하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의 천국이기도 하다. 망그로브나무가 무성한 크라비강을 빠져 나가면 눈길이 닿는 곳 어디에나 크고 작은 섬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 섬으로 들어가 모두 벗고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수 있다. 가장 큰 피피돈 등 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피피섬이 유명하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닷물이 남국의 낙원이라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멋지다. 각 섬 사이는 천연수영장. 각양각색의 열대어를 볼 수 있는 스노클링의 참맛을 즐길수 있다. 팡나만 투어도 재미있다. 1백5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이 흩어져 있는 팡나만은 '태국의 계림'으로도 불리는 곳. 바닷물 위로 머리를 내민 섬들이 절경을 이룬다. 영화 007시리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한 배경이 됐던 핑칸섬이 볼만하다. 특히 곧 무너져 내릴 듯한 거대한 바위가 장관이다. 바다동굴 카약체험도 스릴만점. 안내원을 포함, 3인승의 고무카약을 타고 섬 깊숙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 종유석이 매달린 석회동굴 같은 카약 탐방길, 몸을 완전히 눕혀야 들어갈수 있는 동굴 너머 천국처럼 펼쳐지는 섬안의 풍경 등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 < 여행수첩 > 크라비는 방콕에서 국내선을 타고 들어간다. 인천에서 방콕 돈무앙공항까지 5시간, 방콕에서 크라비까지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푸켓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2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현지 공항이용료는 바트로만 받는다.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화폐단위는 바트. 요즘 환율은 1바트에 28원정도. 6~9월은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다. 쌀국수가 값이 싸면서도 입맛에 맞는다. 샤브샤브에 해당하는 수키도 맛본다. 방콕에 들려 왕궁과 에메랄드사원, 새벽사원(왓 아룬) 등을 본다. 방콕에서 1백km 떨어진 담논 사두억은 태국 서민들의 생활을 엿볼수 있는 전통 수상시장으로 이름 높다. 유한트래블(02-3147-2121)이 현지여행을 안내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