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해로운 화학농약 대신 하늘이 준 천연 살충제인 천적(天敵)으로 농사 지으세요." 세실(www.sesilipm.co.kr)은 비닐하우스 내의 해충을 없애주는 천적 곤충을 길러서 제품화하는 농업벤처기업이다. 작년말 충남 논산의 1만5천3백평 부지에 연구동과 온실 등 천적곤충 대량 생산시설을 완비했다. 식물재배,해충배양,천적증식 및 채집실 등으로 세분화된 이 회사의 온실은 초정밀 항온항습 설비를 갖추고 있어 반도체공장을 연상시킨다. 국내 살충제 시장은 약 2천억원 규모. 이 회사의 이원규 대표(50)는 "국내에서도 이제 생물학적 방제로 전환할 때가 왔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과채류에 사는 해충인 진딧물 응애 총채벌레 등의 천적인 무당벌레 진디혹파리 알벌 등 13종을 증식해 제품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원래 합판 수입과 기계 수출 등 무역업을 하다가 네덜란드를 방문한 뒤 이 사업에 진출키로 결심했다. 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액은 연간 약 2백80억달러.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같이 네덜란드 농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천적을 통한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시장을 조사한 결과 시설재배 면적이 약 10만ha에 달하지만 해충종합관리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99년부터 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사업화는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천적을 증식,포획해 살아있는 채로 제품화하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온도 습도 등 적정환경을 조성하고 생장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십년간 이 분야 기술을 쌓아온 유럽 및 북미지역 업체들과 기술제휴 교섭을 벌였으나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캐나다의 '어플라이드 바이오노믹스'사와 협력을 맺었다. 회사 부설로 유용곤충연구소(소장 이기상 박사)도 설립했다. 이 연구소에는 곤충학 등을 전공한 12명의 전문인력이 일하고 있다. 전체 직원 70명의 17%에 해당한다. 그는 "국내의 단위면적당 농약사용량은 선진국보다 몇 배 많다"며 "안전한 먹거리가 아니면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만큼 농업 종사자들이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041)7427-114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